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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May 13. 2020

행운과 불운

새벽의 일기

어찌보면 행운이고, 어찌보면 불운이다. 올해는 꼭 가고자 했던 전주국제영화제가 무관객 영화제로 전환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신 감독들의 허락을 구한 작품들은 온라인 상영을 개최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칸 영화제는 물리적 개최가 어렵다고 하고 대신 다른 국제영화제들과 함께 유튜브 채널 'We Are One'에서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출품작들을 공개한다고 한다. 


당연히 좋은 소식은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 산업이 타격을 크게 입은 상황에 영화제까지 제대로 된 개최를 못 한다는 것은 영화인들에게는 불행한 소식이다. 내가 영화제에 참석하고 싶었던 것도 단순히 영화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영화제 특유의 분위기와 활력을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좀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나에게는 행운이기도 하다. 학생인 내가 영화제를 위해 먼 곳까지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의도치 않게 집에서 온라인으로 출품작들을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물리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가기도 힘든 해외 국제 영화제들의 출품작들까지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언어의 장벽은 남아있긴 하겠지만. 


살다 보면 위기가 기회로 다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극장 가기 힘든 요즘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고, 집에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하는 나는 밖에 나갈 일이 줄어드니 나에게 투자할 시간이 더 많아졌다. 어찌보면 이 기회를 계기로 온라인 영화제가 활성화 된다면 그것은 나에게는 엄청난 행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극장과 영화제가 다시 활기를 찾기를 바란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극장에 같은 영화를 보기 위해 들어가는 사람들과 매일 신작들의 소식이 들려오는 영화계의 풍경이 그립다. 어쩌면 이번 사태를 통해 내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함께 하는 것의 즐거움일지도 모른다.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도 좋지만 예전처럼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는 일상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아무쪼록, 하루 빨리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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