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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Aug 27. 2020

홀로

새벽의 일기

극장에 가는 걸 소홀히 한 지가 꽤 오래되었다. 마지막으로 극장에 간 것이 대략 한 달 전이니 내 입장에서는 꽤나 오랫동안 극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물론 여러 이유가 있다. 거의 매일 있는 외국어 과외에 변덕스러웠던 날씨, 불규칙한 생활 습관, 그다지 내 관심을 끌지 못하는 신작들의 개봉 등. 덕분에 거의 매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다만 8월 들어서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여러 신작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었기에 극장에 자주 갈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현재, 여전히 극장에 안 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못 가고 있다. 좀 잠잠해지나 싶었던 사이에 코로나는 다시 나와 극장 사이의 거리를 벌려놓았다. 심지어 이전보다 더 멀어진 느낌이다.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고 극장은 무언가 금지구역이 된 느낌까지 들고 있다. 하지만 신작들은 그대로 개봉하고 있다. SNS에 올라오는 신작들의 리뷰를 보고 있으면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 혹은 저 사람들이 너무 무감각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아무래도 당분간 극장과는 담을 쌓아야할 것만 같다. 


물론 그렇다고 영화를 안 보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거의 매일 두 세편의 영화를 보고 앞으로 어떤 영화를 볼 지에 대한 계획까지 세운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신작이 아닌 예전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혼자 옛날에 사는 기분이다. 영화란 어떤 시대를 다루던 간에 그 영화를 찍은 시대의 기류가 흐르기 마련이다. 남들은 모두 현재를 사는 와중에 나 홀로 과거를 사는 것일까. 괜히 불안해질 때가 있다. 


사실 나는 소위 '극장주의자'는 아니다. 그러니까 영화를 극장에서 보나 집에서 보나 똑같은 경험이라고 믿는 편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극장이 아닌 영화이다. 그래서 왠만하면 이전에 봤던 영화나 재개봉하는 영화는 극장에서 잘 안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극장은 신작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극장은 신작의 활기, 현재와 미래의 활력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런 활기는 분명 극장이 아니면 느낄 수가 없다. 말하자면 코로나는 나에게서 영화를 뺏어간 것이 아니라 그러한 극장의 활기를 뺏어간 것이다. 


언제 극장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무모하게라도 갈 수도, 그저 상황이 더 나아지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그것이 언제가 되든 내가 그리워하는 그 분위기가 내 곁에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분명히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때까지 모두 별탈 없이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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