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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재 Oct 19. 2020

습관

새벽의 일기

뭐든지 익숙해지면 적응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지던 마스크도 이제 없으면 허전하고 집에서 머무는 시간은 여전히 길고 사람이 많은 곳은 의도적을 피하며 살고 있다. 낯설게만 느껴지던 삶도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권태나 허무는 조금 다른 말이지만. 


극장도 마찬가지인 것만 같다. 예전에는 사실 의도적으로 극장에 자주 가는 편이었다. 매일 나오는 신작을 관람하기 위해 시간을 짜내면서 가고 마땅한 신작이 없더라도 시네마테크 등에서 하는 여러 기획적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때보다 오히려 시간이 더 남아도는 현재는 부쩍 극장에 대한 열정이 줄어든 것만 같다. 거리두기를 위해 극장을 멀리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극장에 가고자 하는 마음이 좀 예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충분히 극장에 갈 수 있는 여유가 있어도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자 노력하고 신작이 개봉해도 vod 시장으로 넘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벗어나고자 했던 시간이 길어지며 어느새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약간 다행인 것은 최근에 집에 갇혀 있던 일상이 밖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거리두기가 (약간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완화되고 1년 가까이 다니지 못했던 학교를 다시 다니면서 예전의 활력을 되찾아 가는 중이다. 극장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내가 극장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한다는 믿음 때문이 아니라 극장 자체의 활력 때문이다. 세계의 현재를 영화들, 그 영화들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객들, 그 특유의 분위기가 나를 극장으로 이끈다. 어쩌면 그동안 극장을 멀리했던 것은 그러한 활력을 잘 느끼지 못해서 일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한번 극장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 극장을 가까이 하던 일상의 습관을 되찾기 위해서. 물론 건강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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