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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ysu Sep 21. 2020

Everyday, at 5 p.m.

아름다운 것을 함께 보는 기쁨

  오후 한 시. 찬 바람에 뺨이 차가워져있었다. 햇빛보다 먼저 가을의 냉한 공기가 집 안을 돌아다니고 있다. 배가 살살 아프. 여름에도 전기장판을 켰던 이유가 이번 달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가을이 다시 창문을 넘어 오듯. 순환되는 것들 중 하나. 배와 허리의 통증은 가을보단 빠른 주기로 돌아온다. 몸을 뒤척여 전기 장판을 틀고 배를 깔고 엎드렸다. 약은 손 닿는 곳에 있었다. 어깨가 굳고 허리가 욱씬거리면서 세상의 모든 단 것이 끌릴 때가 되니, 올 것이 왔구나하며 대비하고 있으니까. 한 시간이었다. 약이 돌길 기다리고 배가 따뜻해져 덜 아플 때까지 감내해야하는 시간이다.


  요가를 알고 나선 신세계가 열렸다. 매달마다 배와 허리가 아프면 온 몸이 굳어 있었는데 요가를 하고 나니 나아졌으니까. 요가 소년은 남자 분이라 그런지 '생리'라는 단어나 '그날'이라는 단어가 없긴 했다. 그래도 인터넷의 시대란 감사해서, 내 주위에 당장 계시지 않아도 여자의 몸을 긍정하고 안정시켜주는 콘텐츠도 공유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덕분에 굳었던 몸이 쭉 풀어졌고 기분이 나아졌다. 기분은 모든 것이다. 태도도 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것이다. '기분'이라는 것을.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은 언제나 좋았다. 브이로그, 에세이, 엑티비티, 반려 동물 웹툰 등등 모든 것들이. 난 그들을 볼 때마다 특권 의식과 우월 의식을 제발 가지지 말아달라고 빈다. 제발 오래 여기 공유되어 주세요. 알려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빌고 또 빈다.


  인기가 높아지는 장르들은 금방 돈으로 치환되는 세상이다. 요가의 인기가 높아지면 요가 클래스가. 드로잉의 인기가 높아지면 드로잉 클래스가. 독서 모임의 인기. 홈트레이닝의 인기. 부동산 재테크의 인기. 아이돌의 인기. 춤의 인기. 예술적 재능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된 세상이 되어 다행이지만, 함께 무언가를 했을 때의 즐거움마저 앗아가는 독점의 자세를 취한 이들도 있다. 그때부터 맛보기처럼 총 55분의 영상에서 1분만 들려주며 더 듣고 싶으면 클래스를 신청하라고 하는 행위는 독점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생계를 위한 것인가. 이익을 위한 것인가. 자세히 말한다. 자신을 자산으로 여기라는 요즘의 트렌드에 필요 이상의 돈을 내라고 하는 이들이 있다. 십만원, 이십만원, 삼십만원, 사십만원...단가를 높여가며 이익을 취하다 폐쇄적으로 변한 이들을 보았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더 다양히 공유되어야 한다. 심지어 공유되어야 한다는 방법론을 넘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결국 함께 공유될수록 즐거운 것이니까. 사적 사유지로써의 공원이 아니라 오후의 돗자리를 깔 수 있는 공공의 공원처럼. 늦여름부터 초겨울까지의 오후 다섯시. 다채로운 햇살을 내뿜는 하늘을 바라보는 공원에서의 독서처럼. 유튜브에 많아지는 광고 횟수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돈을 벌기 위한 회사들. 그들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패션을 사랑하면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글을 사랑하면 글에 대한 사랑을 품었으면 한다. 회사들이여. 돈을 벌기 위해 인기를 선택하는가. 사람들과의 공감과 연대를 위해 회사를 운영하는가. 돈이 목적이 된 회사들은 어디에 지향점이 있는가. 독점을 당연시하는 치사한 마음엔 사랑은 있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치사해질 일이 없어요.' 아이유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그랬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돈으로 치환되기 위해선 희소성이 필요하다. 누구나 읽을 수 있다면 돈으로 굳이 책을 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젠 '의미'와 '진심'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얼마나 진심인지. 이제 사람들은 그것으로 돈을 소비한다. 유기 반려 동물에 대한 진심을 돈보다 우선시하는 회사들도 있었다. 브랜드 마케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들의 행보가 상품의 질과 양만을 우선시하며 광고하는 회사들보다는 오래 갈 것이라는 믿음도 생겼다. 이익보다 상품에 대한 진정성으로 고정 고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우린 지향해야한다. '진심'의 다양성을. 이익을 위한 희소성보다. 바뀌는 것이 좋다는 말이 아니다. 바뀌어야한다. 소외가 없을 수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고, 힘이 생긴다. 강력해지고, 단단해진다. 단단해지고, 다양해져야하는 시대가 왔다. 시대는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변했고, 더욱 풍성한 모습으로 다져져야 한다. 폐쇄적으로 이익만 챙길 일이 아니다. 단언컨대, 오래 못 간다.


  어쩌다 침대 위에서 배를 지지는 이야기에서 세상을 풍성히 다져야한다는 이야기까지 갔는가. 오후 다섯시의 햇살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봐버렸다. 그 아름다움을. 쉼 없이 설거지를 하고 서빙을 하고 억지 웃음을 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온 지인들이 있다. 퇴근길, 내가 sns에 올린 햇살을 봤다고 했다. 힐링이라고. 풍덩 빠졌다고. 햇살에 풍덩 빠지다니. 그러니 오늘도 만난 이 햇살을 꼭 보여주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한 것이다. 오후 다섯시의 햇살을. 그리고 달을. 하늘을. 펼쳐지는 구름을.








해질녘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기쁨


해가 질수록 우울할 필요 없어요. 달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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