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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ysu Sep 26. 2020

보츠와나의 코끼리

비건 지향적인 삶을 하는 이유

   2020년 5-6월, 보츠와나에서 수백 마리의 코끼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물 웅덩이 근처에서 죽은 코끼리 수, 330마리. 8월엔 짐바브웨에서 11마리가 죽었다. 초기에는 밀렵꾼들이 놓은 독극물에 의한 죽음으로 초점이 맞춰졌지만 상아가 그대로였다는 점, 다른 동물들은 괜찮은데 '코끼리'만 집단으로 죽어있는 점 등이 의문점이 되어 심층 조사를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런데 2020년 9월. 보츠와나에서의 떼죽음은 멈췄지만 짐바브웨에서 다시 25마리의 코끼리가 죽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보츠와나에서 집단 폐사한 코끼리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물웅덩이 근처였고, 상아가 그대로였으며, 죽은 코끼리들 모두 신경계가 파괴되어있었다.


  그들이 죽은 원인은 '녹조에 의한 박테리아 감염'이었다. 코끼리는 물을 찾아 초원을 돌아다닌다. 그런데 기후 변화, 아니, 기후 위기가 시작되고 기온이 자꾸 높아지자 비가 내린 후 생긴 물 웅덩이의 수온이 높아져 녹조가 끼고, 시아노박테리아의 신경독이 코끼리의 신경계를 파괴시켰다는 것이다.




'녹조를 일으키는 시아노박테리아(청녹 조류)는 정체되고 영양물질이 많은 물에서 급 번성하면서 시아노 톡신이란 독성물질을 만든다. 이 독소가 축적되면 신경독 등 다양한 독성을 띠어 사람과 동물을 죽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신문, <독성 녹조가 보츠와나 코끼리 떼죽음 불렀다> 中




  수온을 올려 녹조가 낀 웅덩이는 그야말로 인간이 코끼리들에게 사약을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기후 위기까지 초래한 것은 인간이었으니까. 부정하지 못하리라. 소와 돼지를 옮기고 자르고 먹기 위해 나무를 자르고 불태운다. 지구의 나무가 잘릴수록 토지는 황폐해져 가고 토양이 붙잡아야 할 탄소는 대기 중으로 날아간다. 탄소가 지구계의 각 권 사이, 즉, 대지와 바다와 대기와 생물의 사이에 형태를 바꿔가며 이동하고 순환하는 것을 '탄소 순환'이라고 하는데, 대지가 파헤쳐지고 나무가 불타면서 '탄소 순환'에 이상이 생긴다. 결국 대기 중의 탄소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농도가 짙어지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며 온도를 높인다.


  온도가 올라간다는 의미는 여름에 지구 전체가 정글과 비슷한 환경이 된다는 의미다. 녹조가 쉽게 끼고, 장마가 오래 지속되며 땅은 질척해진다. 열대우림의 환경이 전 지구적인 환경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장마와 더위가 과해져 사람들과 동물들은 터전을 잃는다.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는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고 물개들은 잠시 쉬어가던 암초가 잠겨 쉬지 못해 과로로 죽는다. 겨울이 되면 척박한 환경으로 치닫는다. 공기는 메마르고 눈조차 내리지 않는다. 겨울 내 내리는 눈이 봄에 녹으면 그 수분으로 영양을 보충하던 지리산과 한라산의 나무들은 5년 전부터 쇠퇴화되어 쓰러지고 갈라지며 무너지고 있다.


  우리 인간이 오늘의 회식을 하기 위해 고기를 먹을수록, 나무가 잘리고, 토양이 경작되며 파헤쳐 지고, 탄소 순환을 방해하고, 공기의 온도를 높이고, 코끼리에게 사약을 먹이고, 돼지를 자르고, 젖소를 착취하며, 나무를 찢고, 생명은 사라지고 비가 되어 우리에게 눈물을 내린다. 노아의 홍수는 순식간에 일어났지만 현실에선 기후 위기라는 눈물이 되어 찾아왔다.


나는 완벽한 비건이 아니더라도 의식적으로 비건을 지향하며 바라본다. 무의식적으로 행했던 육식의 생활을 의식적으로 조금이나마 줄이며. 간밤에 야식이 당긴다면 치킨 대신 떡볶이로. 고기 없는 월남쌈에 칠리소스를 가득 묻혀 라이스페이퍼로 감싸고. 상추에 참기름과 고추장을 함께 비벼 먹고. 바질 페스토 소스가 어우러진 파스타와 와인을 곁들인다. 현재를 조금 바꾸어 훗날을 크게 바꿀 수 있길. 언젠가 짐바브웨의 초원에서 저 멀리 이동하는 코끼리 떼의 웅장한 모습을 목격하길. 지혜로운 코끼리와 경이로움의 탄성을 머금은 우리가 만날 수 있길. 만나기 위하여 거자. 착취와 전시가 아닌 그들의 자유와 사랑을 목격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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