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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nysu Oct 10. 2020

실존하는 서스펜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

"And then more recently specific to Dunkirk I think, you know, cinema of Alfred Hitchcock, Clouzot, a filmmakers working the suspense genre were very important to me."

-"더 해서 최근에는 '덩케르크'의 세부적인 면으로 보면 '알프레드 히치콕'의 연출 기법인 듯 하고.. '클루조'도 그렇구요. 서스펜스 장르를 연출하는 연출가들은 제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BAFTA Guru 유튜브, <"it's really about sticking to your guns" / Christopher Nolan on Directing> 인터뷰 中









  플롯의 마술사가 서스펜스를 지향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 바로, 「덩케르크」 가 나온다. 우린 영화 속에서 일주일, 하루, 한 시간의 교차 편집을 보며 놀란 감독이 플롯의 마술사라는 타이틀에 걸맞다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음악으로 영화의 서스펜스, 즉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음악의 어떤 요소가 「덩케르크」의 긴장감을 높이는지 논문으로도 나와 있다.


  65~70mm 아이맥스 카메라로 넓게 촬영된 이 영화는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촬영되었다. 색감과 질감, 그리고 현장감을 이끌어내기위해 CGI를 최소화하기로 유명한 감독 답다. 덕분에 우린 전쟁 한복판, 덩케르크 구출 작전의 망망대해와 하늘과 해변으로 끌려간다. 


  그의 서스펜스는 음악과 사실주의의 미쟝센에서 그치지 않는다. 중요하고도 사람들이 주위 깊게 여기지 않는 것. '카메라의 시선'이다. 카메라의 시선은 곧 카메라맨의 시선이 되고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시선이 된다. 이때 전지적인 관점이 배제되면 관객의 시선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덩케르크」는 1인칭과 3인칭 시점으로 카메라의 시선을 비선형적으로 교차시키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다. 


  「덩케르크」는 추격당할 땐 추격하는 자를 아예 배제한다. 예를 들어 초반의 적군의 사격이 시작된 시점에 그를 쏘는 적군은 카메라의 시선에서 배제되어있다. 공중의 비행기 추격씬에서도 추격할 땐 추격의 시선을 부여하지만 추격당할 땐 긴장된 조종사의 눈과 눈썹이 미디엄 클로즈업된다. 적군의 송신 내용이나 적군의 눈으로 본 영국군의 비행기 장면은 일체 배제된다. 이는 관객에게도 긴장감을 준다. 공격 당할 때 뒤도 돌아보지 못하는 감각. 공격 당하지만 적이 어디있을지 모르는 감각은 호러 영화의 귀신들이 언제 나올지 숨이 가파지는 것과 같다. 실제로 전장에 있었던 분들은 이런 감각을 수십번이나 경험한다. 안전하다고 느꼈던 선내에서 어뢰에 맞아 패닉에 질리게 되는 것도, 적군의 어뢰는 갑판에 나와 있던 사람의 시선으로 갑작스럽고 짧게 보인다. 


  이는 굉장한 임팩트와 충격을 준다. 적군의 시선을 영화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디서 나올지 모르는 위협에 대비할 수 없다는 공포감과 긴장감을 준다. 


  특정 시점의 제거 혹은 편중된 시점은 관객에게 역할을 부여한다. 부둣가의 영국군, 배를 타고 가는 이, 공군 조종사로 만든다. 영화 「카메라를 멈추지마」를 보면 1인칭의 핸드 헬드 기법으로 사람들에게 극도의 현장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덩케르크」에선 3인칭의 정적인 움직임으로도 현장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덩케르크」에선 찢어지는 소리는 있어도 적군의 비행기가 먼저 보이기보다 영국군의 겁에 질린 표정이 먼저 나온다. 그들이 움츠리고 겁 먹으면, 관객에게도 비행기 소리가 공포감으로 전이된다. 


  전쟁의 공포는 관객에게도 실존한다.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based on real이 아닌, 진짜 실제하는 감각이다. 교차된 플롯으로 배가 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감동을 주는 카타르시스의 변곡점은 순식간에 영화를 서스펜스 장르 영화에서 감동을 주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로 만든다. 같은 사건을 세 공간과 세 시간으로 나누는 형식을 비형식적 서술로 이끌어가고, 음악으로 서스펜스와 드라마를 오가고, 카메라 시선 속 선택된 특정 인물들의 제한된 프레임과 쌓이는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해소시키는 카타르시스의 등장.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가 왜 대단하고 위대한 영화인지는 충분히 목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다소 지루하게 느꼈다면 그것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특유의 유머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전쟁과 생존이라는 무거운 주제 앞에 독일군처럼, 유머도 제거되어있다. 「배트맨」 시리즈의 브루스 웨인과 집사 알프레드와의 케미같은 장면도 없다. 생존하기 위해 젊은 병사가 함께하던 프랑스 탈영병은 끝내 물 속에서 익사하고 배를 함께 타고 오던 조지는 숨이 멎었다. 우린 그들의 죽음 앞에 숭고한 침묵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도 영화 속 반가움 정도의 유머는 찾을 수 있다. 마치 이스터에그처럼. 공군 조종사 파리어(톰 하디)와 대화하던 사령탑 목소리는 마이클 케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페르소나답게 마이클 케인은 「덩케르크」에서도 깨알 같이 목소리로 출연했다. 그리고 「덩케르크」의 마지막이 다가올 수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스스로의 작품을 오마주한 장면도 보인다. 




「덩케르크」 속 부둣가에 남겨진 시체, 「인터스텔라」 속 밀러 행성에 남겨진 도일


「덩케르크」 속 군인들의 수 많은 헬멧들, 「프레스티지」 속 앤지어의 수 많은 복제 모자들.


「덩케르크」 속 왼 손에 공군 마스크를 든 파리어,  「다크나이트」 속 왼 손에 광대 마스크를 든 조커




 「덩케르크」 앞에 전사한 군인들에게 애도의 침묵을 보내면서도, 잘가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것 같다. 덩케르크 구출 작전이라는 위대한 업적 앞에 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자신의 장점을 섬세히 발휘했다. 그는 자부심을 가지고 영화, 「덩케르크」를 쓰다듬었다. 이걸 극장에서 봤다니. 아이맥스 필름의 질감과 색감,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를 극장 스크린으로 봐서 운이 좋았다구, 기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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