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할 수 있다.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시집 올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나 외가에서도 시댁에서도 온갖 수모를 당하다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보면 더 그렇다. 나는 지금 살아있고, 이 지긋지긋하고 해묵은 시스템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열심히 헤엄치고 있다. 살아있기만 했는데 그들을 목격했다. 특히 요즘은 '조금이라도 행동하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음도 생기고 있다. 몸이 멀리 있어도, 각자의 자리에서 개별적으로 행동하고 있어도 서로를 알아차릴 수 있으니까. 내가 당신을 알아차리고 당신이 나를 알아차리며 우린 우리가 될 수 있다.
슬픔이 슬픔을 알아차리고 상처가 상처를 알아보는 것. 외면하지 않고 서로의 곁에 서는 것. 나도 그러자고 작정하는 밤, 혜성이 머리 위를 가로질렀다. 복 받은 한 사람이 혜성이 지나며 남긴 꼬리를 올려보다 보았다. 손을 모아 소원을 빌었다. 눈은 감지 않았다. 똑바로 봐야 했다. 눈에 별가루를 새기기 위해.
한때 두려웠던 적이 있다. 나도 혜성처럼 별가루를 뿌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차라리 별가루가 되고 싶다. stardust. 별가루이자 별 먼지가 되어 우주를 유영하고 싶다. 또 다른 별가루를 만나 안녕, 인사하고 복작거리고 껴안고 등을 맞대고 옆에 앉으며. 별가루를 뿌리려다 별가루가 되어버렸어 하고 머쓱해하며 웃으면서. 자신은 먼지일 뿐이라고 울고 있는 이들에게 나는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먼지인데 너는 뭐 좋아하냐고 물어봐도 될까. 고민하는 밤은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