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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심플 Oct 04. 2020

그대를 소환합니다

그때를 추억합니다

 우리집 거실에 처음으로 미끄럼틀이 들어오던 날, 나는 약 24년 전으로 돌아갔다. 내방 문에 처음 노란 그네가 걸린 날이었다.
 아빠가 그네를 달던 모습. 엄마는 아빠를 도우며 신난 우리 모습에 웃으셨다. 조심하라는 충고도 물론 있지 않으셨고.

 아이들과 처음 놀이공원을 갔던 날도. 이사를 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힘들어 하던 우리를 위해 아빠는 놀이공원 연간 이용권을 끊으셨다.  당시 그리 여유롭지 않은 처지에 그건 제법 큰 결정이었다. 방방뛰며 그 넓은 부지를 누비던 날들. 그때의 기억으로 그곳은 여전히 "내구역"같이 느껴졌다.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키우자고 조르고, 유치원에서 물고기, 장수풍뎅이, 게 등을 데려올때도.
 사실은 나도 그땐 그랬다. 하교길 박스 속에서 뺙뺙대는 병아리를 사왔다. 문방구에서 소라게를 사왔다. 강아지를 키우자고 노래를 불렀다.
 그때 엄마는 그랬다. 자신이 없다고. 결국은 엄마몫이 될 생명들이라고.
 같은 말을 하며 그때의 엄마를 떠올린다.

 이전엔 나 어릴 적 추억 속 주인공이 나였다.

 내가 뭘 했는지, 내가 뭘 느꼈는지.

 이제는 추억 속, 내 곁에 존재하던 엄마와 아빠를 떠올린다. 그때의 표정과 말의 의미를 이제와서 이해한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과거의 엄마와 아빠는 시도때도 없이 소환된다. 행복할때, 난관에 부딪혔을때, 그리고 그냥 문득문득.

나도 겪어왔다. 한없이 엄마, 아빠를 사랑하던 유년시절, 원망하고 미워하던 청소년시절,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던 청년시절.

그리고 첫아이를 낳아 키우며 "나는 내 아이들에게 우리 엄마아빠보다 더 잘할거야!"자신하던 시절, 둘째아이를 키우며 "엄마 아빠는 이 힘든 걸 어떻게 해낸걸까?"놀라워 하던 시절.

이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모든 떠올릴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    

좋으나 싫으나 그 곳에 늘 함께 였다는 것.

그래서 내 아이를 키울 때 소환되는 엄마와 아빠의 이미지들이 있다는 것.

그것들이 감사하다는 생각.
나는 지금 그런 시절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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