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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심플 Sep 29. 2020

특별한 선물

 오늘은 내 생일이다.
 가족끼리 점심 식사를 한 뒤,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친한 언니를 만났다. 마침 언니도 남편이 쉬어서 우리는 간만에 자유였다. 언니가 끄는 차를 타고 동네에서 벗어나 테라스가 있는 대형 카페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분명 18분 예상되었던 카페까지의 시간은 어째서인지 계속 늘어났, 네비게이션은 방금 유턴을 했는데 다시 유턴을 하라고 했다.

 블로그에서 말하길 그 카페가 톨게이트 라고 했었는데 어느새 우리가 탄 차는 톨게이트를 마주하고 있었다.

 제일 우측길로 빠지면 괜찮을 거라는 합리화는 실패하고 우리는 고속도로에 도착했다. 사실 우측길로 빠지면 괜찮을 거라 외치면서도 나는 급히 안전벨트를 고쳐 매고 있었다.

 야속한 네비게이션에 의하면 우리는 안성에 가서야 다시 우리가 출발한 도시로 돌아 올  있었다. 대략 왕복 50분이었다.

 멘탈붕괴가 온 운전자는 "이게 무슨 일이니!"만 반복했고,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위해 애썼다.  

 어쨌거나 그녀와 나, 그리고 네비게이션. 우리 셋은 힘을 합쳐 무사히 우리가 사는 동네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시 간다해서 또 실패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기에 우리는 운전자에게 익숙한 카페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그리고 제대로 그곳에 안착했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기쁨을 만끽하며 어깨춤을 추었다.

 다행히 플랜B도 아주 멋졌다. 우리는 한적한 카페에서 밀린 이야기들을 실컷 나누었다. 긴장되어 느끼지 못했던 갈증과 배고픔도 봉인해제 된 탓에 우리의 입은 여러모로 바빴다.

 그리고 남편과 약속한 시간이 다가오고 집으로 다시 향하는가 싶더니, 언니는 또......

 다행히 고속도로는 아니었다.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우리는 다시 뜻하지 않은 드라이브를 즐겼다.

 그녀는 내게 너무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거의 울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좋았다. 오랜만에 집과 동네에서 떨어진 지역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집과 아이들로 가득한 내 삶에 특별한 일탈을 선물해준 그녀에게 감사하다.

 간만에 참 많이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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