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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심플 Sep 28. 2020

일기를 쓴다는 것

 원래도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육아를 하며 꾸미는 일은 내게서 한발짝 더 멀어졌다. 덕분에 거울 앞에 서는 일은 그리 기분 좋은 일이 아니게 되었다.

 얼굴과 몸을 잘 가꾸는 이들은 수시로 거울을 본다. 그것이 그들로 하여금,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확인하게 함과 동시에,

보완할 부분을 알게 해줄 것이다.  

 거울을 본다는 건, 현재 자신의 모습을 점검하는 행위이자,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행위이다.

 같은 이유로, 언제부턴가 백지(blank paper)를 마주하는 일이 더 이상 내게 즐거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한 때는 매일 같이 들여다보며 더러운 것은 짜내고 아름다운 것은 더욱 힘써 가꾸던 내 모습은 없어졌다.

 그러나 오늘은 오랜만에 백지앞에 나를 세워 꼼꼼히 들여다보았다.

 한동안 가꾸지 않아 못난 곳은 더 못나지고 내세울만 했던 곳마저 상해있었다.

 어렴풋이 짐작했던 모습이다.

 그래서 더욱 그 앞에 서기를 미뤄왔었다.
 그래도 용기내어 마주보고 다시 한자한자 적는 것은, 다시 나를 사랑하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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