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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심플 Sep 25. 2020

영혼이 닮은 친구

 내게는 친구가 하나 있다. 딱 하나 있는 건 아니지만, 영혼의 단짝이라는 말에 떠오르는 얼굴은 그 애 하나다.

 친구에도 등급을 나누어 가장 위에 랭크된 친구라는 말이 아니다.

 그저, 맘을 오해할까봐 말을 더 얹거나 뺄 필요 없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영혼이 닮아있는 친구라는 뜻이다.

 우린 일년에 서너번 정도 얼굴을 본다. 한때는 거의 매일을 함께 캠퍼스를 누비던 친구였다.   

 이제는 각자의 가정을 꾸려 그리 멀지 않은 지역에 살며 아이들을 데리고 만나곤한다.

 나와 많은 부분 닮아 있지만, 조금은 더 강단있고 어른스러운 그 애를 보며 나는 참 뿌듯했다. 과에서도 전공분야를 똑부러지게 잘하더니 자신과 잘 어울리는 일을 했던 아이.

 오랜만에 그 친구와 연락을 했다. 목소리와 숨결을 나누는 통화는 아니었다. 잘 지내냐는 나의 톡에 금새 자신도 연락하려 했다며 응답해오는 친구의 문장을 읽으며 미소가 떠오른.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바로 바로 전해지는 말보단, 생각할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고치며 글로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는 것 마저 우린 닮았다.

 표면적인 근황과 안부가 오가는 과정은 생략되고, 바로 본인 앞에 놓인 삶의 문제들이 오간다. 이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너에게 줄 해결책을 생각해내기보다, 잠시 멈춰 그 상황 앞에 놓인 네가 느꼈을 당혹감을 헤아려본다. 그리곤 네가 느낀 감정에 동의한다. 나 또한 그랬을 거라고 인정한다.  

사실, 내게 그 문제를 대신 풀어 줄 재간은 없다.
다만, 문제를 해쳐나갈 지혜와 강직함이 너에게 이미 있다는 걸 안다. 나는 거짓없는 그 믿음을 너에게 내비친다. 그것이 너에게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네가 내게 그래주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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