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행정이 얼마나 느려터지고 답답한지 알고 싶으면, 공공기관과 엮여보면 안다. 그런데 이 느려터진 영국도 귀신같이 빠른 것이 있다. 각종 세금고지서이다. 우리가 런던에 도착해서 BRP CARD(=주민등록증과 비슷함)를 받고 나면, 거의 빛의 속도로 주민세 고지서가 날아온다. 그리고 각종 공과금 고지서(전기요금 등)도 빛보단 느리지만 빠른 속도로 날아온다.
그러니깐 "돈" 내라고 보내는 종이쪼가리는 아주 빠르다는 이야기이다.
그중 주민세에 대해 답답한 행정처리를 이야기하려 한다. 주민세는 Council Tax라 불리며, 우리가 집에 입주하고 BRP CARD를 받은 후 1주일 만에 고지서가 하나 우편함에 꽂혀있었다.
6개월치 주민세 1,040파운드(약 165만원) 내세요라며, 기간 안에 안 내면 가산금도 붙는다고 친절하게 적혀있다. 하지만 영국이란 나라의 장점은 학생(Student Visa)과 학생에 빌붙은 나(Dependent Visa)도 주민세를 단 1원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단, 15일 안에 증빙서류를 제출한다면 말이다.
아내는 학교에서 학생임을 확인하는 증비서류를 받아서 기한 내에 CAMDEN에 메일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와 통화를 하고, 메일로 보내도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이다.
난 다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Reminder가 날아왔다. 아내가 아닌 나에게.... 덜덜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충격적인 것은 아내가 보냈던 메일을 확인하지도 않았던 것과 그제야 확인하고 처리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아내도 독촉장을 받은 예정이었던 것이다. 결국 받아낸 Council Tax 0원.... 그런데 총금액이 이상하다? 1, 040파운드에서 986파운드로 줄었는데, 기간도 이상하네...
담당자는 "학교는 9월 12일에 시작하므로, 그때부터 학생이야. 그전엔 학생이 아니니깐 9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세금은 내야죠, 호갱님?"이라 친절히 알려준다. 돈 받아내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한다. 9월 말에 보낸 증빙서류를 12월이 다 되도록 확인도 안 하면서, Remind 고지서를 보내다니 어떤 의미로든 정말 대단한 나라이다.
이래서 자꾸 전화해서 확인해 보라고 하는 구나를 느꼈다. 인터넷 사이트도 있긴 한데, 접속해서 파일 업로드하다가 몇 차례 실패를 맛보면 전화할 수밖에 없는데, 이 전화라는 것도 계속해야 되다니. 졸속행정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담당자는 미안하다는 말이 없다. 이건 뭐 당연하게 받아들이라는 건가? 하하하하..... 이것은 나중에 겪을 또 다른 신박한 사건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