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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aosha Feb 10. 2023

스마트폰과 잠시 거리를 두는 런던 지하철

  런던 지하철이 "비싸다"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 같다. 비싼 만큼 편하고 좋을까?라고 물으면 당연히 "아니다."일 것이다. 런던 지하철의 운행을 시작한 지 160년이라는 세월만큼 정말 오래만 되어 보인다. 물론 어느 정도 시설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승강장에 뿌연 공기와 시끄러운 소리들을 생각하면 1990년대 우리나라 지하철 2호선을 보는 듯하다. 물론 엘리자베스라인(보라색 라인)처럼 새로 생긴 지하철은 그나마 상태가 좋은 편이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것을 찾자면, 출퇴근 시간이 전쟁이라는 것 정도?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한 런던 지하철을 타면서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인터넷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가 된 이 시대에 지하철에서 인터넷이 터지지 않는다는 것은 답답할 지경이다. 처음에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스마트폰을 들고, 화면을 바라보며 빨리 인터넷 돼라! 빨리 인터넷 돼라!라고 외쳤지만, 지상으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인터넷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빨리 인터넷 되라는 그저 주문 같은 것일 뿐이었다.


  사람이 무서운 것이 "인터넷이 되지 않는 런던 지하철"의 환경에 금세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환경에 놓인 런던의 거주자들은 지하철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주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2,000년 초반만 해도, 아니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만 해도, 우리나라 지하철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은 기하급수로 줄어들었다. 물론 일부는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지만 그것과 비교하자면 런던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런던의 지하철은 스마트폰을 "쓸모없는 도구"로 만들어버리는데, 이상하게 좋았다. 쓸모없는 도구는 주머니에 있을 뿐이고, 지하철에선 나도 책이나 신문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시간만큼은 이상하리만큼 나를 위한 시간 같이 느껴졌다.


  스마트폰에서 멀어지기가 쉽지 않은 세상인데, 런던 지하철은 반강제적으로 멀어지게 만들어 준다. 누군가에겐 불편함이겠지만, 이 불편함이 조금은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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