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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aosha Feb 08. 2023

영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지난주에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을 아들과 함께 방문하면서, "한류"가 적힌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아들이 신나서 "한글로 한류라고 적혀있어! 아빠"라며 마냥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하는지도, 어떻게 예약하라는 것인지도(QR코드도 없음) 모를 이 포스터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행사가 부디 잘 되기를 바라며, 나는 런던에 와서 느꼈던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련다.


  외국에 나오면 애국심이 생긴다고들 한다. 없던 애국심이 갑자기 생기기보다는 한국이란 말을 들으면 아무래도 더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우리나라 언론매체는 K-POP이니 K-DRAMA니 온갖 단어에 K를 붙여가며 국뽕에 취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영국에서도 당연히 한국음악이나 한국드라마까진 아니더라도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한국"이란 나라를 처음 들어보는 외쿡인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느 정도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한국은 외쿡인들에게 있어 생소한 나라인 것이다.


  런던 시내에 한식당(술집 포함)이 늘고 있으며 줄을 서서 먹기는 하지만, 그것은 인기가 많아서라기보다는 런던 시내의 한식당들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 중이다. 일식집이나 중식당도 한식당 못지않게 사람이 많고, 줄 서서 먹는 식당도 꽤나 많다. 그리고 한식당이 일식집이나 중식당에 비하면 현저히 적고 인지도도 낮은 편이다. 식당이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편이고, 기타 품목은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이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Do you know Kimchi? 가 Do you know BTS?로 변했다고는 하지만(참고 : Have you heard BTS? 가 좀 더 좋은 표현이라고 한다.), 여전히 이곳은 한국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인 것 같다. 관심이 있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만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 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상한다. 특히 다양한 박물관이나 윈저성과 같은 곳에 방문하면 중국어와 일본어로 설명해 주는 책자나 기기들은 있지만 여전히 한국어는 제공되지 않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그곳에서 몰라도 와서 모국어로 들으며 이해하는 중국인과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면 부럽기까지 하다. 


  아들이 자연사박물관에서 가이드책자를 바라보며 "왜 한국어는 없어?"라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한국이 잘못한 것도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서 나도 모르게 "우리가 아직 힘이 모자라나 봐"라고 했다. 아들은 "밥 많이 먹어야겠네?"라며 어찌 보면 우문현답으로 해맑게 웃었지만, 아무래도 씁쓸했다.


  언젠가는 영국의 다양한 박물관과 유적지에서 한국어로 나오는 설명을 듣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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