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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aosha Feb 06. 2023

모든 것을 축하하는 나라

  나와 아내는 오래된 습관처럼 서로에게 카드나 편지를 종종 쓴다. 보통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에 카드나 편지를 주고받는다. 이곳 런던에서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아내에게 카드를 받았다. 물론 나는 깜박하는 바람에 "결혼기념일을 망친 썩을 놈"이 되었지만, 이곳에서 카드를 구하기 어렵다는 거짓 아닌 거짓으로 인해 나는 더더욱 욕만 처먹었다.


 카드를 사는 것은 마트에서 빵이나 우유를 사는 것과 같다.


  그렇다! 여기는 정말 카드를 많이 쓴다. 크리스마스에 잠깐 카드 구경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 카드 문화가 녹아있다. 그래서인지 마트나 서점 등 카드를 살 수 있는 곳이 많고, 심지어는 카드 전문점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다가, 아들 친구의 생일과 크리스마스를 거치면서 이곳은 정말 카드에 진심이구나를 느꼈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가장 먼저 카드부터 꺼내어 확인하는 것을 보며 사뭇 사회의 때가 잔뜩 묻은 내 모습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카드보단 선물이 먼저인데.....


  마트에 가면, 카드 코너를 기웃거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정말 카드의 종류가 많고, 이런 것까지 있나 싶을 정도이다. 그중에서 운전면허 합격을 축하하는 카드가 눈에 들어왔는데 "You passed. Mirror, Signal, Celebrate"라고 적힌 것을 보고 아내와 함께 "야~ 진짜 하다 하다 운전면허 합격축하 카드까지 있네!"라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카드를 보다 보면 '빨리 나아라!', '네가 돌아올 것을 기대해!' 등의 문구들이 있을 정도이다.


  생각해 보니, 아들의 학교에서는 무언갈 열심히 하거나 잘하면 스티커를 붙여준다. 칭찬스티커와 비슷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거기엔 "잘 웃는다.", "박수 잘 쳤다.", "웁스, 머리를 부딪쳤어요." 등 그날에 있었던 이벤트와 관련하여 어떤 것이든 칭찬이나 격려를 해주는 분위기이다. 


  사소한 일에도 칭찬이나 축하하는 분위기가 나에게는 이곳의 문화처럼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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