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굉장히 잘 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누가? 외국인이나 외국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그냥도 아프면 서러운데, 외국에서 아프면 더 서럽고, 병원에선 더! 더! 더! 서럽고 답답하다.
최근에 목이 아프기 시작하더니 어김없이 감기가 왔다. 그리고 설사도 이유 없이 2주째 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감기약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버렸다. 나만 걸리면 괜찮은데, 아내는 내가 나아갈 쯤에 바통을 이어받았다. 아내는 GP를 가겠다고, VISA를 받을 때, 건강보험료 냈으니 GP에서 꼭 약을 받겠다고...
이게 무슨 말이냐면?
VISA를 받을 때, NHS(National Health Service, 건강보험) 비용을 납부하므로, 집 근처의 GP(General Practitioner, 내 주치의)에 가면 된다. 예약은 필수이고, 가서 기다린다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아! 참고로 BRP CARD를 받고 나면, "내가 너의 주치의야, 필요한 일 있으면 이쪽으로 연락해"라며 종이쪼가리도 오고, 문자(예 : Dear Mr. Sraosha, Your registration at Swiss Cottage Surgery has now been processed and is awaiting approval from the PCSE registration team. Your named GP is Dr. London. Thanks, Swiss Cottage Surgery)도 온다. 즉, 아프면 GP에 예약을 하고 찾아가서 최소 20분 이상 대기 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무료"이다
11월 초에 아들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GP에 다녀온 적이 있다. 입국하자마자 GP에 등록하고, 의사 배정받을 때까지 대략 1개월 정도 걸렸다. GP에 가는 방법은 전화로 예약하든가, 아님 인터넷으로 증상 등을 등록해서 연락을 받든가(인터넷 서비스 안 하는 곳도 많다.)... 그냥 불편하고 답답하다.
그때 아들이 혹시 맹장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GP를 다녀왔다. 결론은 맹장은 아녔지만.... 중요한 것은 그때(2022년 11월 중순) 소변검사 했는데 아직도 결과가 안 나왔다(2023년 2월 초). 물론, 아들이 더 이상 아프다고 하지 않아서 소변검사가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지 않은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GP에서 감히 감기로 약을 받아보겠다는 아내의 무모함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아내가 인터넷으로 증상을 등록하니, GP에서 바로 답신이 왔다. 담당의사가 몇 시에 전화할 테니 받으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아내는 한껏 기대하며, 해당 시간에 통화를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약은 당연히 못 받았고, 아내의 증상에 대해, 누구나 다 겪는 증상이고, 기다리면 나아지니깐 "정~ 불편하면 약국 가서 약 사 먹어! 몇 가지 추천해 줄게!"가 전부였다.
주변 지인들도 "아프면 안 돼", "여긴 기대수명이 짧아", "병원에서 기다리다가 죽을지도 몰라", "치료받으러 한국에 가야 될 듯"이라고 종종 말한다. 그러면서 농담처럼 "아프지 마, 발가락 골절돼도 기다리면 낫는다고 하는 곳이야."라고 한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간단한(?) 부상은 치료보다는 버티는 쪽으로 안내를 해준다.
GP의 의사들은 우리가 기대한 것만큼의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해야 될까? 이렇게 이야기하면 무조건 영국의료를 욕한다고 하겠지만, GP의 의사들은 굉장히 친절하며, 성심성의껏 봐준다. 그래서 더 화가 나는 것일지도..
이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사설로 가면 된다. 감기약 처방받으면 대략 15~20만 원 정도 나오지만, 기다리는 시간도 거의 없는 편에, 약까지 다 주기 때문에 급하면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비용도 한국에서 출국할 때 보험을 들어두었다면, 거의 커버가 된다. 그러니깐 보험 들어두고, 여기에서 사설을 이용하면 된다는 말이다. 성인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꼭 들어서 오기 바란다. 그러면 부담 없이 조금만 아파도 진료와 약을 받는데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와 아내의 그 지독한 감기는 GP의 처방대로 "시간이 지나니 나았다." 슬프게도 어디 부러지거나 큰 병이 아니라면 "시간이 약이다."라는 처방전 외에는 딱히 기대할 만 것이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