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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aosha Jan 31. 2023

"영알못" 아들의 학교 보내기

아들의 영국행 준비기


  영국행이 진행되는 동안, 아들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다. 영국행이 확정되는 순간 아들은 만 5세였고, 영국에서는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했다. 그러나 아들은 영어를 공부해 본 적도 없는 "영알못"이었다. 그때가 출국 8개월 전이었다.


  우리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영어유치원부터 집 근처 영어유치원까지 돌아다니며, 어떻게든 보내려고 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믿기 어려웠지만, 자리가 없다.


  내 생각은 어디든 가면 자리가 있겠지란 생각이었지만, 현실은 "아버님, 빠르면 만 3세, 늦어도 만 4세에는 영어유치원에 보내세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한 단계씩 올라가기 때문에 만 5세에 오시면 자리가 없는 편이에요. 대기라도 걸어드릴까요?"라는 사실에 놀랐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무지"했던 것이다.


  나와 아내는 교육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녔지만, 모국어가 어느 정도 완성되었을 때 제2외국어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빠르면 초등학교 입학 전으로 영어유치원을 고려했었다. 그런데 현실은 모국어고 나발이고 일단 보내고 봤어야 됐다는 것이다.


  영국에 가면 초등학교 1학년인데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서, 온라인 튜터를 붙일까? 과외를 할까? 등 여러 가지를 고민했으나, 이제 6살(만 5세)인 아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유치원이 끝나는 시간에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영어 학원을 보냈다. 원래는 만 5세 반이 없었지만,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을 둔 우리와 같은 부모의 요청으로 한 반이 만들어졌다.


일주일에 2회, 1시간 동안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약 6개월을 다녔고, 학습보다는 놀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나이라서, 알파벳과 간단한 자기소개(I'm 누구.)가 전부였다. 알파벳도 대문자만 알지 소문자는 잘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냐며 나와 아내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아들과 함께 영국에 도착했다.



아들의 초등학교 배정기


  우리는 7월 말쯤 런던에서 지낼 곳에서 가까운 초등학교에 자리가 있는지 문의를 했으나, 방학이 끝나면 알려주겠다는 Auto-Reply 메일만 받았다. 9월 입학 전에 학교를 배정받지 못하면, 입학 대기를 해야 되고, 자리가 날 때까지 가정보육을 해야 하는데 신청절차가 복잡하고, 구체적인 학업계획서(?)를 제출해야 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게다가 위반하면 벌금이 있다.


  8월 3주 차가 되어도 연락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8월 4주 차에 공립초등학교에서 학교에 방문하여 상담을 받으라고 연락이 왔다.


정말 하늘이 도왔다.


  9월 2일은 금요일이었고, 상담을 받으면서, 월요일인 5일에 나오려면 학교에서 지정하 업체에서 교복과 가방 등을 구비해야 한다 했고, 준비가 안 되면, 준비가 되었을 경우에 보내라고 했다. 학교 Admin-Teacher는 셔츠나 일부 품목은 M&S나 주변 마트에서 색깔만 맞으면 입어도 된다고 했다.


  9월 2일 오후에 바로 지정된 업체로 갔는데, 개학 전 마지막 날이라서 줄도 길고, 품절이 많았다. 런던 시내 교복은 다 거기서 판매하는 느낌이었다. 지정된 업체에서 구매한 건, 가방, 양말, 점퍼였다. 남은 것은 셔츠, 바지, 구두였고, 다음날 이즐링턴의 M&S에서 셔츠와 바지를 사고, 근처의 Clarks 아웃렛에서 구두를 샀다. 입학시즌이라 사이즈 맞는 품목을 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어찌어찌 주말까지 전부 구매해서 한시름 놓았다.



아들의 등교 첫날


  9월 5일,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을 학교에 보냈다. 간단한 인사와 자기 이름만 이야기할 수 있는 아들을 말이다. 9월 5일 하교 시에 바라본 아들은 안타까울 정도로 불쌍해 보였다. 낯선 땅에, 말도 안 통하고,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의 표정으로 오직 엄마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어땠어? 재밌지?라는 말을 건네며 하교했는데, 싫은 내색 없이 즐겁게 한국말로 대화하는 녀석이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그래도 학교 안 가겠다는 말 안 해줘서 얼마나 고맙던지, 게다가 영어가 한국말처럼 들려라는 농담까지 하고...


그렇다고 해도 아들은 웃는 게 웃는 건 아니었다.


  Admin-Teacher나 Main-Teacher나 애들은 스펀지 같아서 걱정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하루를 마감했다. 이 말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나중에 학교 적응기를 작성하면서 남겨보겠다.


  6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드는 생각은 참으로 우리는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수개월 아니 적어도 1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 좋은 것 같다.


  어찌됐든 만 5세의 아들에게는 가혹한 환경인 것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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