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raosha Feb 13. 2023

분리수거는 그저 단어일 뿐!

  런던에 와서 "분리수거 편하다!"였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분리수거하는 것이 우리나라보다 편하구나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의미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분리수거를 한다는 것은 플라스틱에 묻은 고춧가루도 닦아내고, 페트병도 겉에 비닐을 다 떼고 깨끗하게 해서 박박 구겨서 내놓을 정도를 의미한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분리수거를 대충 했다가는 커뮤니티와 엘리베이터에 사진이 올라올 정도였다. 이것이 무서워서라도 분리수거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지내고 있는 FLAT에서는 분리수거를 사실상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검은 봉투에 뭐든 넣어서 내놓기만 하면 가져간다. 처음에 음식물 쓰레기, 종이류, 페트류 이렇게 정리를 해서 내놓으려고 준비를 했는데, 그냥 검은 봉투에 다 넣으라고 했다. 다른 FLAT도 상황이 비슷했다. 분리수거통이 버젓이 있더라도 그냥 검은 봉투에 모든 것을 넣어서 내놓는다.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편했다.


  식당이든 패스트푸드점이든 커피숍이든 분리수거는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보이는 쓰레기통에 플라스틱이든 종이든 구분 없이 전부 때려 박는다. 과연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이지만, 너무나 당연시 여겨진다. 이러면서 탄소배출에는 기가 찰 만큼 신경 쓰고 있다. 아이러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의 분리수거는 너무나 간편하고 좋다.
분리수거란 말이 어색하다. 쓰레기 버리는 것이 편하다고 해야겠다.


  정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이다. 처음에는 분리수거를 해보려고 노력이라는 것을 했지만 이제는 검은 봉투에 이것저것 넣어서 내놓은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분리수거를 하려고 작정(?)을 한다면 종류별로 봉투를 사서 할 수도 있겠지만, 수거하는 쪽에서 검은 봉투에 넣어요라고 하든가 수거를 하지 않아 버리기에 의미가 없는 듯하다. 다른 곳은 잘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런던의 ZONE2에 해당하는 이곳에선 말이다.


  결국 나름 환경을 생각한다는 선진국도 이 모양인데, 우리나라가 분리수거나 일회용품 줄이기를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해봐야 남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마트폰과 잠시 거리를 두는 런던 지하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