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한 투자라 생각하자!
처음 런던에서 지내기로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당연히 "돈=MONEY"이었다. 과연 얼마가 필요하고 그 예산은 어디서 마련하고 어떻게 쓸지 생각할 것이 많았지만, 나는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에 아내가 예산(안)을 가져오면 보기만 했었다.
런던에 오기 전 1년 해외살이 비용은 대략 130,000,000원을 생각했다.
1. 아내 학비 : 35,000,000원
2. 월세 : 40,000,000원
3. 생활비 : 35,000,000원
4. 여행비 : 20,000,000원
처음에 이 금액을 들었을 때, 나는 과하다고 생각했었다. 둘 다 일을 하지 않는 데다가 제아무리 플렉스 한다고 하지만 1년에 130,000,000원 태운다는 것에 대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특히 생활비와 여행비였는데, 한국에서 지내도 월에 3,000,000원을 쓰진 않지 않을뿐더러 여행으로 20,000,000원은 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기 전과 돌아올 때 비용도 생각을 해야 되는데 너무 무식한 예산안이었다.
다행인 것은 내 집이 있다는 것과 부채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생각하는 무식한 예산안의 자금 출처는 아내학비의 1/2과 월세는 모아둔 돈으로 해결하고, 나머지는 우리 집을 월세를 놔서 보증금과 월세로 충당하는 계획이었다.
우리 집이 무슨 빌딩에서 월세 받는 수준도 아닌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아내는 당당하게도, 보증금을 쓰고 추후에 대출받아서 주면 된다는 간단한 논리였다. 부정하기 어려운 간단한 논리였지만 나는 이제야 대출 다 갚고 돈 좀 모아보나 하는 시점에 또 대출을 만들어내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내의 말대로 진행했다.
1. 우리 집은 월세를 놓으며, 우리 집의 가구나 집기(TV, 냉장고 등)들을 쓰는 조건으로 계약 체결
2. 우리 짐은 컨테이너에 넣을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아내의 친척집에 창고가 있어서 무상으로 보관
3. 자동차는 처가에 맡기고 사용하실 수 있도록 보험대상자 확대
이 과정이 끝나고, 우리는 23Kg 이민가방 3개를 들고 런던에 도착했다.
위에는 예산(안) 일뿐이다. 학비와 월세는 크게 변동이 없었지만, 생활비와 여행비는 많은 변동이 있었다.
운 좋게도 가구와 집기들이 상당히 많이 갖춰진 Flat를 저렴한(?) 가격에 계약하면서, 초반 정착에 필요한 물품을 살 비용이 세이브되었고, 공과금도 포함되어 더더욱 많은 부분이 세이브되었다. 즉, 월세는 크게 변동 없었지만 생활비 부분이 많이 세이브되었다.
그럼 한 달 생활비가 어느 정도이냐인데, 우리는 1,200파운드(약 2,000,000원)를 기준으로 덜 쓰기도 하고 더 쓰기도 한다. 우리는 월세를 받아서 90% 정도를 생활비로 충당 중이다.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겠지만, 식비로 꽤 많은 부분이 지출되고, 나머지는 매달 이슈가 있어서 지출되는 부분이 있다. 식비라고 하면 장을 보는 것인데 보통 한 번 장을 보면 30~40파운드 정도이고, 한인마트라도 가는 날엔 50~80파운드는 금방 넘어버린다. 일반적인 장은 일주일에 2~3번 정도 보고, 한 달에 대략 500~700파운드 정도 쓴다. 나머지는 외식이라든가, 아들의 다양한 활동(방과 후 활동) 등에 쓰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아들은 학비가 전혀 들지 않는 공립학교에 다닌다는 것이다.
여행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게 들었는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갔던 곳이 스페인의 테네리페(5박 6일)였다. 대략 한화로 3,000,000원 정도였고, 나머지 프랑스의 니스(4박 5일)나, 스페인의 말라가(4박 5일)는 2,000,000원 수준이었다. 사실 이것도 가장 비쌀 때(아들의 방학) 다닐 수밖에 없어서 그런 것이다. 영국 내 여행은 주로 2박 3일 일정이고 비주류 도시를 여행해서 600,000~800,000원이면 충분한 수준이다. 물론 식비까지 고려하면 조금 더 나올 듯하다.
우리 가족의 해외살이는 "휴식"을 위한 것이기에 절약보다는 "즐거운 경험"에 "적지 않은 돈"을 쓰고 있지만 걱정되지는 않는다. 그런 걱정이 있었다면 애초에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아내의 관점에서 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처음부터 영국행을 바라지 않았기에, 그저 아까운 돈으로 생각했었다. 아내의 학위는 단순 개인의 욕심일 뿐이지 이직이나 연봉에 1도 도움이 되지 않은 데다가 영국에서 쓰는 돈으로 다른 것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즉 아내의 해외살이를 나는 쓸데없는 행위로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여전히 이 돈은 아깝다고 저 마음 깊은 곳에서 생각하겠지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스트레스도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즐기는 중(?)이다 보니 그런 듯하다. 그러니깐 돈이 아깝다는 생각과 쓸데없는 행위라는 것은 이미 머릿속에서 잊힌 듯하다.
6개월 뒤가 됐든, 몇 년 후가 됐든 회사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영국에서 보내는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살아갈 것 같다.
누군가 런던에서 1년 정도 살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필요해요?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 없이 많이 챙겨가라, 그리고 갚을 수 있는 만큼 대출도 꺼리지 말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어차피 이 기나긴 삶에서 1년일 뿐이고, 그 1년을 위해서 아끼지 말고 쓰라고.... 아낄 거였으면 출발도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쓰는 만큼 즐거워질 것이다. 정작 그런 나는 교통비가 아까워서 하루에도 20,000보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