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진 두 알 대신, 남은 여덟 알?
콜롬보에서 남동쪽으로 약 67km 떨어진 라트나푸라.
'보석의 도시'라는 이름답게, 이곳에서는 2016년에 세계 최대 사파이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라트나푸라는 또 다른 의미로 기억된다.
바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한국어 세미나를 마친 후, 잠시 시내로 나갔다.
인구가 약 5,000명 정도 되는 소박한 시내지만,
분주한 사람들 사이로 활기가 넘쳤다.
목을 축이려고 들른 곳은 스리랑카 전역에 있는 체인 슈퍼마켓,
이름하여 'Food City'.
한국의 동네 슈퍼만큼의 크기지만, 없는 게 없는 알찬 곳이다. (내 기준에서는)
그런데!
계산대 근처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달걀 한 팩.
그런데 이 달걀 팩, 뭔가 이상하다?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맞다. 두 알이 빠져 있었다.
“이게 뭐지?”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에,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갔다.
'혹시 상한 달걀을 뺐나? 아니면 누군가 훔쳐갔나? 왜 하필 두 알일까?'
하지만 그런 질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긴 스리랑카니까.
이곳 사람들은 '빠진 것'이 아니라 '남은 것', '있는 것'에 집중한다.
“달걀 8개가 남았는데 뭐가 문제야?”
그런 넉넉한 마음이 이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
그것이 스리랑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었다.
나는 종종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때로는 이 빠진 달걀 팩처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걀 두 알이 빠진 팩이 나에게 가르쳐준 스리랑카의 따뜻함.
이 달걀팩의 비밀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