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이기는 사회에 한동안 조용히 살란다
어젯밤 우리 팀 선배 한 분의 송별회였다.
팀 막내인 내가 정한 회식 장소로 어제저녁 함께 갔는데,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물었다.
“오늘 술 마실 거야?”
“네, 많이 마실 건데요.”
“왜 마셔?”
“이렇게 나가시는데, 술 먹고 울어야죠.”
다들 웃었지만, 사실 나는 절반쯤 진심이었다.
물론 그 선배 때문에 울었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화장실에서 펑펑 울던 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도 내가 회사를 떠나지 않은 건,
그 회사가 배울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 내가 들어왔을 땐, 그분이 팀장이었다.
그러니까, 나를 뽑아준 사람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더 나이 많은 선배가 들어오고,
결국 팀장 타이틀을 잃게 되었다.
이후엔 또 다른 연차 높은 분이 끼어들면서
팀 안은 자존심 싸움의 장이 되어버렸다.
그 속에서 나는 그저,
게임에 참여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스무 살이 넘는 세대 차이 속에서
이제는 그냥 내 마음을 지키며 조용히 살기로 했다.
나는 동료들과는 달리 회식을 좋아한다.
술자리에서야 비로소 보이는 인간적인 모습들 —
그게 나는 참 좋다.
오늘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HBM이 아니라 이제는 HBF이다”라는 반도체 기업 이야기,
회사에서 하지 못했던 불만과 욕구들,
주식과 부동산 이야기,
그리고 늦게 결혼한 선배들의 진솔한 고민까지…
모두 내게는 귀한 시간이었다.
2차까지 마치고 돌아가는 길,
나는 그 선배에게 작은 비타민 선물을 전했다.
‘항상 감사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짧게 적은 메시지였지만, 마음은 길었다.
가족끼리도 생각이 다르고 싸우는데,
하물며 다른 세대,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게 어찌 쉬울까.
그분 세대는 맞으면서 배웠다고 했다.
나는 선배들의 조심스럽지 않은 말에 상처받으며 버티는 세대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들보다 덜 아프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상 누구나 결국엔,
인간적인 존중을 받고 싶을 뿐이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속상한 마음 뒤엔 진심이 남는다.
그래서 오늘은, 그냥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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