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따위 도움이 안 되는 어른의 삶이란 게 …
3년간 단 한 번의 싸움도,
짜증도 없이 존경스러운 말들과
안정감의 공기가 가득했던 사랑은
바쁘고 지친 생활 속에서
남자 친구에게 부담으로 다가가,
‘시간을 가지자’ 한 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내 마음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고,
초록빛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치만 최근 들어 바뀌고 있던
그의 호흡을 섬세하게 느낀 나였기에,
그의 결정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인간의 마음은
빌어서 받을 수 없는 것이니,
내 존경은 지키기로 했다.
씩씩하게,
연락 없이 살기로 했다.
10년 전의 나는
6개월의 첫사랑 끝에
지옥을 맛보았지만,
지금의 나는
익숙한 생활 속
평범한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이 들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정말 성숙해진 걸까.
아무리 구글 포토즈가 보내주는
‘2년 전 추억’, ‘3년 전 추억’
같은 알림을 무시하고 살아도,
하루에 한 번쯤은
그 기억들이 스쳐간다.
오늘, 새로 산 바디워시로 씻고 나오니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
뭐지… 그의 향기다.
나도 모르게
그가 쓰던 바디워시를 고른 것이다.
그 향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다.
내게는 사랑, 안정감, 기쁨, 애틋함—
그 모든 것의 향기다.
“연락 한 번 해볼까.”
“착한 그는 부정적인 어휘의 답장은
안 할 것 같긴 한데…”
“아니야, 네가 왜 먼저?”
“그냥 바디워시를 바꿔버릴까?
이게 매일 나를 괴롭히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싸우고 있지만,
오늘은 눈 감고
선배가 시킨 코드나 고치기로 했다.
그냥 그런 것 같아.
어른의 삶이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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