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scroll) 환자들
어떤 이들은
지금 것은 재미없으니
다음 것은 재미있을 거라 믿고
스크롤한다.
어떤 이들은
지금 것이 재미있으니
다음 것도 재미있을 거라 믿고
스크롤한다.
어떤 이들은
조용함이 어색해서 스크롤하고,
어떤 이들은
앞에 있는 사람이
조용했으면 좋겠어서
스크롤한다.
어떤 이들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스크롤하고,
어떤 이들은
스트레스를 만들려고 스크롤한다.
어떤 이들은
시간을 낭비하려고 스크롤하고,
어떤 이들은
시간 낭비하지 않으려고 스크롤한다.
버스를 타고
모든 정류장을 외우던 날들이 지나가,
이젠 자기 정류장도 놓치는
날들이 종종 있다.
앞에 서 있는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던 날들이 지나가,
이젠 앞에 누가 서 있는지도 모르는
날들이 종종 있다.
창밖의 바람을 들이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던 날들이 지나가,
이젠 이블 속에서
스크롤부터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들이 종종 있다.
신호등에 멈춰
주변 풍경을 구경하던 날들이 지나가,
이젠 뒤에서
‘빵!’ 소리가 나야
고개를 드는 날들이 종종 있다.
이렇게 우리는,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지
모른 채,
어느새 또 스크롤하고 나면
머릿속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현타를 맞는다.
어쩌면,
5년 뒤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은
스크롤 환자들을 위한
약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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