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주파수로 들려오는 맘들

by Sri sankar

택시를 탈 때마다
그 아저씨들이 듣고 있는 라디오를
재미있게 들을 때가 있다.

라디오를 들으면,
그 하루가 출근길이나 퇴근길이 아닌
누군가의 삶의 길을
잠시 함께 걷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순이’로 끝나는 이름의 여성분이 있었다.
집안 사정 때문에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매일같이 소를 돌보고, 심부름을 하며
옆집의 순수한 오빠에게
도움을 받던 이야기였다.

같이 살고 싶었지만
결국 도시에 가야 했던 그녀.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마을에 남은 오빠에게 보냈던
감사와 미안함이 담긴 편지.

그 외에도 요즘
어머니의 건강이 걱정된다는 사연,
겨울을 앞두고 붕어빵 만드는 연습을 한다는
분의 신나는 문자까지 —

그 모든 이야기가
내 안에 아직도 생생하게 아른거린다.

사진도 영상도 없어서 그런지,
누군가가 읽어주는 그 글들은
내 안에서 상상의 세상을
활짝 피워낸다.

그 주인공이 녹색 옷을 입고 있는지 아닌지,
눈이 오는 거리인지 아닌지,
그 모든 걸 내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마치 내가 짧은 영화의 감독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어느새,
그들의 글을 닮아가기도 한다.

내 퇴근길은 지쳤지만
“노량진에서 대방어 먹고 있다”는
어떤 사람의 신나는 퇴근길을 들으며,
대방어가 뭔지도 모르던 나조차
왠지 그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우리 삶과 비슷한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우연히 흘러나오면,
한참 그 자리에 머물면서
도착지가 나와도
내리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게 라디오 속
마음 담긴 라디오조키의 목소리와
진심이 묻은 편지들이
내 마음을 가라앉히고,
세상 사람들을 예쁘게 보이게 만든다.

어제 막힌 길 위에서,
핸드폰 충전이 끊긴 채로
우연히 눌러본 라디오 버튼이
정상 작동한다는 걸 발견한 순간부터
나는 다시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도 라디오를 듣다가
내일이 수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시험이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린 나이에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그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애들아, 화이팅!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다 했어.
결과에 너무 마음 주지 말라.
이 세상에는 결과와 상관없이
살아갈 길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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