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그 아이들보다
마흔 배는 큰 내가 지나갈 때,
내가 다리를 높이 들고
그들 곁을 조심스레 넘어 뛸 때,
그들은 내 다리를 잡고 논다.
큰 다리로 밟히면
다칠 수도 있을 텐데,
그 작은 아이들은
내가 절대 밟지 않을 거라 믿는다.
그만큼의 신뢰가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나는 매일 사냥을 해오는 것도,
특별한 음식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늘 먹는 평범한 사료를 줄 뿐인데도,
그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지치지 않고
내 방문 앞에서 반겨준다.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혹시 무서운 호랑이라도 올까 봐
문 앞에서 나를 지켜주는 그 마음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나는 그들의 언어를 배우지 못했지만,
그들은 내 언어를 배워
내 말에 반응한다.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혀로 그루밍을 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내 얼굴을 핥아 주는 그 마음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잠들었다가
내가 다른 방으로 가면,
나를 찾아 달려와 안겨 오는
그 순수한 몸짓,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내 손이 닿자
꼴꼴 노래를 부르며
행복을 외치는 그 목소리,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
그들의 손이 내 몸에 닿는 순간,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내 위에 올라 꾹꾹이를 하며
잠드는 그 순간,
나는 마치
엄마가 된 듯 따뜻해진다.
그렇게 나는,
언어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종류와 무게도 다른
이 작은 존재들과
매일 사랑을 나눈다.
닮지 않은 우리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삶의 루틴을 존중하며,
서로의 존재를 안정감으로 느끼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행복을 나누고,
서로가 약할 때 안아주며
위로를 주고받는 —
이 모든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나는 더 이상
사랑을 정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