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 인도 소녀, 따뜻한 삶 속의 한걸음 "

4화- 자스민 꽃

by Sri sankar

타밀 여성들에게 자스민 꽃은 그저 꽃이 아니라 위대한 꽃이다. 아마 우리 지역의 수많은 꽃들 중에서도 가장 특별하고도 가까운 꽃일 것이다.


타밀나두 여성들이 머리에 꽃을 꽂는 문화가 있다. 시인들은 “꽃이 여성의 머리 위에 얹히면 그 꽃마저 천국으로 간다”, “오빠 널 보기 위해 자스민을 맨날 하다 보니 금방 시들어버린다, 언제 오는 거야” 같은 시를 수도 없이 지었다. 그렇게 머리 위에 올리는 꽃들 중에는 자스민, 야생 자스민, 장미 등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스민을 꽂았을 때 가장 아름답다고 믿는다. 동글동글한 하얀 자스민 꽃송이들이 모여 얼굴 옆으로 살짝 드러날 때, 여성이 가장 빛나 보인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날이면 여성들은 어김없이 자스민 꽃을 머리에 꽂았다. 지금은 도시 생활 속에서 “향이 너무 강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선 잘 하지 않지만, 사원 행사에 갈 때, 마음에 드는 남자 앞에 서고 싶을 때, 결혼식에 더 눈에 띄고 싶을 때—그럴 때는 꼭 자스민 꽃을 머리에 얹었다.


남자들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여성을 사로잡고 싶을 때는 자스민 꽃을 사주었다. 특히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부부라면, 남편들이 저녁에 집에 돌아올 때 자스민 꽃타래와 디저트를 함께 들고 오곤 했다. 그 향기 속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었고, 자스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랑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상한 믿음도 있었다. 생리 중인 소녀가 밤 6시 이후에 자스민 꽃을 하고 다니면 귀신이 그 향기에 빠져 따라온다고 했다. 그래서 귀신을 쫓기 위해 꽃을 꽂기 전에 ‘투투투’ 하고 입으로 소리를 내야 한다는 풍습도 있었다. 더 슬픈 믿음도 있었다. 결혼한 여자가 남편을 잃으면, 이제는 예쁘다고 보여줄 남자가 없다는 이유로 다시는 꽃을 할 자격이 없다고 여긴 것이다. 정말 지독한 문화였다. 다행히도 이런 사고방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고, 새로운 세대가 다른 길을 열어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 꽃은 사람만큼이나 수많은 감정을 안고 산다. 나 역시 지금도 인도 행사에 가거나, 인도인의 정체성을 온전히 느끼고 싶을 때면 자스민이 아니더라도 자스민처럼 생긴 하얀 천 꽃을 머리에 꽂는다. 그럴 때면 자스민 꽃의 향기와 문화 속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