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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소녀, 따뜻한 삶 속의 한걸음"

5화-18도의 겨울

by Sri sankar

평생 30도에 4계절 자체가 여름으로 보이는 우리에게도 겨울이라는 계절이 온다. 아침 최저 기온이 18도에 불과하지만, 남쪽 끝에서 자란 우리에게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추위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웨터를 걸치고 머플러를 하며 분주해진다.

타밀 달력의 마르가리(12월 중순~1월 중순) 달에는 특별한 풍경이 있다. 평소에도 집 앞마당에 쌀가루로 그림(콜람)을 그리지만, 이 달에는 엄마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더 정성껏 그린다. 본래는 새와 개미가 먹을 수 있도록 쌀가루를 뿌리던 옛문화에서 비롯되었지만, 지금은 신에게 바치는 예술이 되었다.



이른 아침, 몇몇 남학생들은 셔츠도 입지 않은 채 길마다 신의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고, 힌두교 여성들은 신을 기리는 특별한 찬가를 읊는다. 특히 페르마르(Perumal) 신이 있는 사원에 가면 신을 위해 만든 음식(프라사담)을 기도하러 가는 모두에게 준다, 어린 시절의 나는 씻지도 않고 신나게 달려가곤 했다.

밤에도 약간 쌀쌀해서 아빠들은 스웨터와 머플러를 꼭 하고 다녔다. 그런데 그 머플러가 은행 강도가 쓰는 것과 비슷했던 탓에, 가끔은 우스운 일도 생겼다. 우리 집 옆집에는 세 살된 아이를 키우는 아주머니가 계셨는데, 밤에 아이를 데리고 나와 ‘달 밥’이라며 달을 보며 먹이곤 했다. 어느 날, 퇴근하던 우리 아빠가 머플러를 하고 길을 걸어오자, 아주머니가 밥을 거부하는 아이에게 말했다.
“야야, 밥 안 먹으면 저 무서운 아저씨가 널 잡아간다!”
아이는 놀라 밥을 다 먹었고, 아주머니와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동네 길거리 개들은 집을 지키는 파수꾼 같아서, 밤에 낯선 분들이 들어오면 으르렁거리거나 쫓아가곤 했다. 그래서 늦게 귀가하는 아빠는 종종 강도로 오해받아 개들에게 쫓길 뻔했고, 그럴 때마다 머플러를 급하게 벗어야했다. 그런 날들은 신이 특별하게 느끼셨는지 모르지만, 아침에 사원에서 맛있는 것을 얻어먹을 수 있었고, 집에서는 맨날 아빠를 놀리며 웃을 수 있었다. 그래서 뼛속까지 스며드는 차가움조차 기다릴 만한 마르가리의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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