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도 소녀, 따뜻한 삶 속의 한걸음"

6화-아빠의 한마디

by Sri sankar

중학교 때 릭샤를 타고 학교에 다녔다. 한 릭샤에 아이들이 아홉 명 정도 탔는데, 아래쪽 자리에 몇 명이 지그재그식으로 앉아 있고, 앞쪽에는 제대로 된 벤츠형도 아닌 반벤츠 같은 자리가 있어 그곳에는 엉덩이가 잘 닿지 못한 채 매달리듯 네 명의 아이가 앉아 있었다. 자리가 부족하면 어떤 아이는 누군가의 무릎 위에 앉아서 가기도 했다. 가는 길에는 우리끼리 수다를 떨거나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갔다.


어느 날 시험이 끝나고 점수와 등수가 발표된 날, 아는 언니가 “나는 26등이야. 우리 반은 애들이 다 공부를 너무 잘해서 힘들다”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공부 좀 잘난 척하던 마음으로 “그럼 1등, 2등은 어떻게 공부했어?” 하고 말해 버렸다. 언니는 상처받은 듯이 “야, 너 잘 봐라. 다음에는 너도 시험에 불합격하거나 등수를 낮게 받는 일이 꼭 생길 거야. 그때 네 기분을 알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

우리 지역 아이들 사이에는 ‘혀에 검은 점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 언니는 혀에 검은 점이 많았다. 나는 속으로 “망했구나” 하고 슬퍼하며 집에 갔다. 그 언니 혀의 영향인지, 내가 학교를 바꾼 영향인지, 고등학교 1학년 첫 시험에서 나는 정말로 불합격을 받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놀란 일 중 하나였다. 그때까지 늘 1등·2등을 하던 내가 어떻게 갑자기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을 수 있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을 위해 분야별로 진로를 정해 들어가는 곳이라, 중학교 마지막 학년의 시험은 정말 중요한 시험이었다.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 분야별 공부를 새로 시작한 탓도, 내가 교만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울면서 아빠에게 달려가 “아빠, 망했어. 내 랭크 카드에 빨간 선이 있어(불합격).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난 너무 슬퍼. 이제 내가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라며 계속 울었다.

평소 점수에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아버지가 이렇게 말했다.
“있잖아, 우리 딸. 너는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안 돼도 돼. 너는 내 딸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너무 행복해. 그러니까 내 딸로서 그냥 행복하게 살아주기만 하면 돼! 네가 뭔가에 실패하면 내가 널 꼭 챙겨줄 거야! 그러니까 이런 일에 무너지면 안 돼. 다음에 또 시도하면 돼!”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은 ‘try to try’라는 영어 표현이었다 — 영어로 딱 맞는 표현은 아닐지라도, 우리 아빠 말로는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다시 시도하자”는 뜻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그 말에 더 울었다. “왜 이렇게까지 나를 믿어주실까… 차라리 욕하시거나 화를 내시지” 하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위로 덕분에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음번에는 5등 안에 들었다. 감사한 아버지가 있었기에, 내가 실패하고 부족해도 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주는 사람이 있겠구나 하는 든든함 덕분에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작할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

-----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