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버튼 온
어제까지만 해도
정신없이 달리는 나를 외면한 채
싱글벙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는 세상이
꼴 보기도 싫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라디오를 틀면
다들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있을 것 같고,
톡을 열면
그 안도 똑같이 들뜬 분위기일 것 같아
핸드폰을 뒤집어두고 잠들었다.
남의 생일이지만
휴가 하나 생겼다는 사실이
괜히 감사해지는 아침.
이 달 중에 어쩌다 준비한
기분 좋은 장식을 바라보며
거실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냥이 아기들은 온 세상이
평화로운 듯 신나게 놀고 있었다.
어제까지 쌓여 치밀던 감정들을
조심스레 들여다보았다.
우리는 맨날 맨날 달리는 삶 속에서
스스로를 위한 쉼을 만들어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이유도
때론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 인지도 모르겠다.
행복을 잊고 지낼 때마다
이 억지스러운 문화들과 반짝이는 장식들이
잠깐이라도
행복 버튼을 눌러주니까.
그러니 이런 날들은
내가 믿든 안 믿든
충분히 예쁜 날이고,
충분히 즐길 만한 날이라는 것.
그러니 오늘만큼은,
배터리가 다 떨어진
심장들의 리모컨에
새 배터리를 교체하고,
잠시라도 그 ‘행복 버튼’을 눌러봅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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