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저에게 잘해주세요~~ 저 비자 바꿨습니다
오늘은 비자 갱신을 신청하러 가는 날이었다.
역시나 매년 똑같이 뭐 하나를 까먹고 가서, 식은땀이 나는 하루였다.
지금까지 나에게 발급되었던 비자는 E-7 비자였다. 기술 분야의 전문직 종사자에게 주어지는 비자다.
이 비자는 굉장히 까다롭다.
나를 고용한 회사 업무 외에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없고,
내 비자의 목숨은 사실상 회사 사장에게 달려 있다.
한마디로, 회사 계약이 끝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한국에 머물 자격을 잃게 된다.
그럼 회사가 싫으면? 옮길 수는 없는 걸까?
가능은 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도 해봤다.
실제로 나는 한국에 온 뒤 첫 회사에서 2년을 일하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문제는 리스크다.
전 회사 사장이 계약 중 퇴사 또는 회사 이동을 인정한다는
No Objection Letter에 사인을 해줘야 한다.
이게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 친구들이
이걸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내가 직업을 변경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도 많다.
나 역시 처음엔 잘 몰랐다.
전문가들이 모인 환경에서
우리는 그들이 귀찮아하는,
마치 열심히 엔터를 치는 것 같은 일들을 맡아했고,
어느 순간
‘이렇게 사이드 킥처럼 버티고 살다가는
내가 아무것도 안 되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회사를 변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그에 따르는 리스크들도 하나씩 확인했다.
모든 플랫폼에 프로필을 수정해 올리고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운 좋게 온 연락을 붙잡고
면접을 본 뒤 합격했고,
나는 당당하게 퇴사 의사를 밝혔다.
사장은 불만을 드러냈다.
“인도에서 우리가 데려왔는데,
다른 데 가려고?”
그 말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버텨봤습니다.
하지만 제 한계가 거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신입들 잘 챙겨주세요.”
수많은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결국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 후에 만난 회사는
내가 경험했던 분야 라인에서
복잡한 스펙을 가진 프로젝트로
나를 환하게 맞아주었다.
주요 블록 중 하나를 담당하며
지금까지 2년째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한마디로,
이제 내가 갑자기 나가면 회사가 손해다.
히히, 역시 나는 현명한 존재다.
… 참, 비자 이야기하려다
어디서 길이 좀 샜다.
이번에 신청한 비자는 F-2-7 비자다.
회사와 상관없이
내가 한국에서 거주할 권리를 주는 비자다.
계약이 끝나든 말든,
이 회사에 있고 싶든 말든,
알바든 작은 비즈니스든
모두 허용된다.
자유가 붙는다.
그리고 회사와 관계없이
계속 갱신도 가능하다.
물론 소득 등 몇 가지 조건을
어느 정도 맞춰야 하겠지만,
이 비자는 영주권으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다리이기도 하다.
다행히 점수는 80점을 넘겼고,
다른 조건들도 문제없이 통과되어
신청 자격은 충족되었다.
한 달 뒤면 허가가 나서
외국인등록증을 손에 쥘 수 있을 것 같다.
신청은 무사히 끝났으니
근처 인도 식당에서 맛있는 걸 먹고
편하게 집에 가려 한다.
나는 자유로운 존재다.
사장님, 저에게 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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