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선물 같은 날

by Sri sankar

다시 한번 그를 만났다.
용기를 내어 보고 싶다고,
7개월 만에 그리움을 담아 보낸 문자 끝에
그는 오늘은 시간이 된다고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예고 없이 다시 마주 앉았다.

역시 우리는 우리였다.
차분한 말투와 어색함 하나 없는 분위기 속에서
그는 오랜만에 마음껏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듯
서로의 일과, 그때 함께 알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몇 시간이고 이어갔다.

그가 들려준 시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남았다.

연인이었을 때도 우리는
정치, 글, 교육, 인간성 같은 여러 주제를 두고
밤이 모자랄 만큼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내가
“오빠는 어떻게 이렇게 모든 걸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
라고 묻자, 그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나라서가 아니라,
그건 우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야.
정말 우리 둘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분위기와 대화들이야.”

나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 말은 이상할 만큼 자연스럽게 맞았다.

그는 소설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다.
몇 년째 판타지 소설을 준비하고 있다.
그 이야기가 어디까지 닿았는지,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듣는 동안
나는 이유 없이 기뻤다.

그리고 그는 내 글에 대한 칭찬과 의견도 아낌없이 건넸다.

우리는 단 하나의 불만도, 감정의 파동도 없이
과한 몸짓도, 화려한 제스처도 없이
그저 그 밤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마치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빛처럼,
우리 집 앞에서 늘 같은 자리로 떠오르던
보름이처럼
(별에게 내가 지은 이름).

그렇게 어느새 ‘안녕’을 말하고,
그의 허락을 받아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돌아섰다.

이 날에 어떤 의미를 붙일 필요도,
미래를 기대할 이유도 없다.

그날만큼은 우리는 행복했다.
겨울 끝에, 조용히 피어나던 봄날에.

삶은 때때로
용기의 끝에서
선물 같은 하루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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