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녀, 따뜻한 삶 속의 한걸음"

8화-다시 한번 시작할 용기를 찾아

by Sri sankar

인도의 취업 시장도 한국 못지않게 팍팍하다. 심한 경우 공대생조차 제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작은 가게에서 적은 월급을 받고 아무 일이나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제적 압박은 중학교 마지막 학년부터 시작된다. 그 중요한 시험을 잘 치러 과목 점수를 확보해야 원하는 대학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고등학교의 분야는 등수로 나뉜다. 예를 들면
1번 Biology(의대·공대 진학에 유리한 필수 분야),
2번 Computer Science(의대 진학이 어렵고 공대·기술 계열로 진로가 열림),
3번 Pure Science(간호·약학 등),
4번 Economics(경제·상업 계열),
5번 History(인문·언어 계열) 등이다.

내가 4번(경제)을 선택하면 아무리 성적을 잘 받아도 공대로 진학할 수 없다. 1번과 2번이 아닌 다른 분야들은 필수 수학 과목이 포함되지 않아 공대 진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15살 무렵부터 진로를 정해야 하는 무게가 생기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험이 있다(한국의 수능과 비슷하다).

당시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고 의사가 되는 데에 관심도 별로 없었다. 왜 2번(컴퓨터)을 택했는지 돌아보면, 수학·논리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 공대가 좋아 보였던 것 같다. 지금의 나였다면 문학·심리학 분야나 교사 같은 사람 중심의 길을 택했을 것이다. 공대 학사를 마칠 때도 더 공부해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우연히 취업 기회가 생겨 컴퓨터 앞에 앉아 하루 종일 일하게 됐다.

그 이후로 나는 코드를 쓰고 버그를 만들고, 다시 버그를 잡는 일을 반복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한 달이라도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상상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불안 때문에 그 일을 계속하게 되었다. 사람 냄새를 좋아하는 내가 이렇게 여덟 시간 넘게 컴퓨터와만 대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다.

어쩌면 그때의 선택도, 지금의 판단도 모두 옳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나는 새로 시작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3년 뒤에는 돈 걱정 없이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세상을 더 잘 느끼며 살고 싶다. 인생은 언제나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준다. 우리가 그 기회를 마주할 준비가 된 용기 있는 사람이 되면 된다. 지쳐 있던 마음에도 희망과 용기의 불씨가 피어나길 바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세 가지는 — "희망, 용기,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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