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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Jul 20. 2019

그리웁다고 마음이 말하는 날

며칠 전부터 남편이 방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방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마음이 아리고 저릿저릿해지게. 이런 생각은 노력한다고 사라지는게 아니구나 그렇 나도 알고 있는데 괜한 노력을 했었다. 앞으로 이런 노력은 하지 말아야지


 아침에 일어난 셋째딸을 보며 "아빠가 보고 싶다"라고 말을 했는데 셋째가 " 오늘 아빠가 꿈에 나왔는데!" 했다. "아빠가 뭐했어?"라고 급한 마음에 속사포처럼 묻고. "우리 가족끼리 밥 먹었어 평소처럼. 아빠가 안아줬는데 느낌이 똑같았어. 까슬까슬한 수염 느낌도"
내 꿈에는 왜 안 나오는데. 꿈에서도 내가 차린 밥상이었을 거잖아. 내 꿈에도 좀 찾아와주지. 정말 많이 보고 싶은데.  괜한 투정 실컷 하고 싶은 날. 오늘은 태풍이 찾아와 비바람이 부는 날. 이런 날은 마음이 더 힘들다. 다른 사별 가족들도 그럴까.

"엄마, 우리 가족은 여섯 명이지?" 우리 막내의 말.
그럼, 그럼. 아빠가 하늘에 있다고 가족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아빠는 여전히 우리 가족. 아빠는 여기 마음속에 살아있는걸,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아직도 궁금한 것 하나. 자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편안하게 있을까. 다시 우리 옆에 있었으면 하다가도 그럼 또 너무 아프겠지, 그건 안 되겠지 하고 고개를 저어 본다. 손 내밀면 잡을 수 없는 곳에 그는 저 하늘에. 마음에 살아있는 게 볼 수도 있는 거라면 좋을 텐데.

나는 병간호하는 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었다. 누구한테 대신 맡기고 싶지도 않았고 그가 떠나서 자유롭다는 생각도 무거운 짐을 벗었다는 생각이 들 지도 않았다. 누군가들이 위로처럼 해주는 말 "이제 홀가분하게 살아", "아니요 걱정되는 일이 많았을 뿐, 그가 아파서 마음이 무거운 적도 구속된다는 생각도 없었는걸요. 홀가분할 그 무엇이 전혀 있지 않아요. 그저 그가 아팠을 때에도 평범한 그 여느 날들처럼 그가 나의 남편이라는 게 좋았고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는 게 좋았는걸요"  그가 이걸 잘 알고 하늘에서 평안하면 좋겠는데. 여전히 사랑한다는 걸, 앞으로도 그렇다는걸 알면  좋겠는데. 태풍이 와서 비바람이 부는데도 성래 요셉의 뜰에서 나비가 날아다닌다. 오늘은 이런 날. 마음 여기저기에서 그립다고 말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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