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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Jul 30. 2019

하늘에서 축하해 주는거지?

자기 없이 맞이해보는 내 생일이야. 기억나? 작년 내 생일에 느리게 느리게 차를 몰고 어탕 먹으러 갔던 거.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같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어탕 집에 장례 마치고 집에 오신 어른들 모시고 갔었어.  자기가 맛있게 먹던 집이라고 알려드리면서... 언제나 자기가 좋아하던 음식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고 저릿해. 내 생일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당신이네.


내 생일에 일을 좀 많이 해야 해서 어제저녁에 생일을 기념하는 외식을 미리 했어. 집에 와서 미역을 물에 담그면서 속으로 생각했어.  이런 날이 뭐라고. 자기도 없는데 이런 날이 뭐라고. 그래도 애들이 있으니, 엄마 생일 축하해하고 말해줄 테니 미역국을 먹어야지...

올초 자기 생일에 아이들이 만들어준 케이크를 먹던 자기 모습이 자꾸 떠올랐어. 당신은 그날 마음이 복잡했을까? 속으로 내년 생일을 기념할 수 있을까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한 사람의 인생이 왔다 가는 일. 앞으로 당신 생일을 더 잘 챙겨야지. 당신은 늘 우리 인생에 함께 와 있어.


날마다 내리던 비가 그친 일요일에 마당에 풀을 뽑고 또 뽑았어. 뒤뜰에 심었던 채송화와 맨드라미도 앞마당으로  옮겼어. 풀이 무성해지던 사이 하얀 작두콩 꽃이 피고, 해바라기가 앞다퉈 피어났어. 계란 가지가 야무지게 매달리고, 미처 따지 못한 꽈리고추가 빨갛게 여물었어. 가을 정원 풍경을 떠올리며 몇 가지 가을꽃 모종을 샀어. 지금 한창인 꽃들을 보게 해주는 것도, 앞으로 피어날 꽃들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도 자기가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아주 많아.


어제 밤하늘에 별들이 빛났어.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서 별을 보았어. 유난히 반짝이던 별이 보였어? 응 그건 별이 된 아빠야하고 막내가 말했어. 하늘의 별을 보고 당신을 떠올리는 일, 마당의 꽃을 보고 당신을 떠올리는 일.  그리움은 아름다운 것, 곱고 예쁜 것을 보며 당신을 생각하게 해주어서 고마워 고마워. 당신은 늘 곱고 고왔어.


날이 밝으면 미역국을 끓이고 흰밥을 지어서 아이들과 아침을 먹을 거야. 아이들이 해주는 생일 축하 인사도 듬뿍 받으려고. 씩씩한 일상을 살아내어 볼게. 자기도 하늘에서 생일축하 해줄거지? 이게 당신이 주는 생일 선물이라는 걸 나도 잘 알아. 여보 너무 걱정 마. 잘 살아낼게.  자기에게 번이고 몇번이고 약속한 것처럼.


아이들이 한명 두명 일어나서 생일 축하한다고 말을 해주네. 나는 자기가 생각나서 목이 메이고 보고 싶어서 울어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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