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수다
포기하지 마라, 두려움에 맞서라, Just do it,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어떠신가요? 동의하시나요? 저는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며 살다 보니, 어떤 일이든 그만두거나 포기하면 실패했다는 생각을 넘어 죄책감마저 듭니다. 중단이나 포기라는 단어 자체에서도 부정적인 어감이 있기도 하고, 회피보다는 도전을 하는 삶을 성공적이라고 흔히들 말하니까요.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실패가 값지다고 하네요. 어떤 상황인지가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럼 저희가 ‘회피’할 때가 언제일까요?
어느 저녁 저는 아빠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3월에 학기 등록을 하여 추가 학기로 3학점을 이수 중에 있었고, 그 외에 다양한 모임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수 중에 '있었다'(과거)는 뜻은 이제는 안 하기 때문이죠. 조금은 충동적으로 조금은 계획적으로 나름의 이유가 있어 학기 중에 휴학을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께는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마음이 불편한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란을 가기 전날, “아빠 나 내일 이란 가” 이 한마디에 매주 데이트를 하던 부녀 사이가 한순간에 파탄이 난 경험이 있어서 저는 또 두려웠습니다. 말을 했다가 아빠가 마음이 상하지는 않을지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고 있자니 감당이 되지 않았지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심호흡을 한 후 아빠에게 대화를 요청하였습니다.
아빠, 나 이번 학기에 휴학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해?
아빠는 단번에 휴학을 다시 한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졸업을 하고 난 뒤에 하고 싶은 일이나 취업이나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의견이셨습니다. 저는 매우 동의했지만 제 입장도 있으니 설득을 해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2시간가량 대화를 하고 나니 아빠는 회피하는 마음만 아니라면 휴학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새로운 일을 할 때면 언제나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데 사회로 나가기가 두려워서 휴학을 하는 거라면 말리고 싶다면서 동시에 그런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편안한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회피,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가 회피를 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 저 나름대로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일단 우리는 경험 상 좋지 않았던 걸 피합니다. 뜨거운 걸 만졌다면 다시는 만지지 않으려 하지요. 우리는 좋지 않은 경험을 기억하고,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가집니다. 사고와 같이 누가 보아도 부정적인 경험도 있지만 개인에 따라서는 매우 다양한 반경의 경험이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대기업에 취업을 해서 일을 밤낮없이 하는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삶의 질이 낮아졌다고 생각하여 부정적인 경험으로 느끼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금전적인 보상이나 능력 향상에 대해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부정적인 경험을 피하려는 것은 어느 정도 동의하게 됩니다.
두 번째, 우리는 다른 사람을 보고 그들이 부정적으로 경험한 것을 인지하고 피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들으며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드라마를 보다가도 '아, 이런 행동을 하면 서로 싸우는구나. 나는 안 그래야지' 싶을 때가 있잖아요. 책을 읽고 저 사람처럼 살면 후회가 남겠구나 하면서 미리 후회를 방지하려 피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회피를 할 때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우리는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경험이 모두 진리가 되지는 않지요. 그런데 우리는 이것이 진리인 마냥 다음 벌어질 일도 확률의 문제로 생각하고 피하려 합니다. "아~ 이럴 때는 그때 했었는데 힘들었어. 이번에도 힘들 거야"라고 말이지요.
조앤 롤링의 하버드 축사에서 "Life is not a checklist(인생은 체크리스트가 아니다)"라고 말한 부분이 저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짧게는 하루하루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길게는 인생의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고자 하고 그것이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데 왜 저렇게 말한 거지?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아빠와의 대화와 개인적인 경험을 정리하면서 제 나름대로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회피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어떤 결과물의 원인으로 보거나 결과물 자체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이지요. 좋은 결과나 힘들지 않은 과정을 본능적으로 원하기 때문에 반대의 경우는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가끔은 하면 좋은 걸 알면서도 힘들거나 귀찮기 때문에 아예 시도를 하지 않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회피는 무조건 나쁜 걸까요? 힘들면 좀 그만두면 안 되나요? 안정적인 걸 좀 추구하면 도전하는 삶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걸까요?
저는 회피의 근본적인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상황에서 이야기를 한다면 일단 아빠에게 회피를 하지 않고 대화를 했는데요. 이때 만약 대화를 하지 않았다면 그건 상황을 '회피'하는 것이고 이는 아빠와의 관계와 저의 심적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두려움이 있었지만 회피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요. 우리가 회피하지 말아야할 상황은 이 때 용기를 회피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휴학이라는 행동에 대해서는 아직 회피인지 다른 활동을 위한 선택인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회피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책임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회피'가 되지 않고 '해피'한 삶을 살기 위해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은 변치 않았네요.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그것이 쉼을 위한 것인지 단순히 두려움 때문인지를 안다면 다음을 준비하는 쉼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