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내식과 함께한 핀에어 이용기
13시간 비행
유럽으로 날아가는데 13시간이라니! 지금까지 했던 비행 중 가장 효율적인 비행시간이다. 항상 효율보다는 비용을 우선으로 두었고 경유를 몇 번을 하든지 몇 시간을 하든지 비행기의 크기에 상관없이 값이 저렴하기만 하면 두말없이 탔다. 평소대로라면 망설임 없이 두 번 경유해서 가는 26시간 비행을 선택했겠지만 이번에는 웬일인지 13시간 비행 사이에서 고민이 되었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13시간 비행을 하는 핀에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유튜브에 업로드한 베를린 영상 기록
유튜브 콘텐츠를 고민만 한 게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러다가 완벽하게 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영상을 하나 올렸는데 그마저도 완벽하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하려 하지 말고 습관처럼 매일 일기를 쓰듯이 베를린에서 내 시선을 영상으로 담아보려 한다.
인천 공항에서 헬싱키 공항까지 9시간
특별한 식사와 영화 세편
특별 기내식
중국 동방항공을 이용할 때 특별 기내식을 주문한 경험이 있다. 글루텐 프리식과 저염식을 주문했었는데 결국 다 먹고도 부족해서 남는 일반식을 더 먹었던 기억이 있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팟캐스트 송은이&김숙 비밀보장을 듣는데 승무원 분과의 전화 통화에서 특별 기내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승무원분은 다들 특별 기내식을 먹고 부족해서 일반식을 추가로 먹는다고 하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이번에는 기대를 최소한으로 하고 속이라도 편해지고자 저칼로리식을 주문했다.
*핀에어 특별 기내식 주문 방법
핀에어 사이트에서 주문할 수 있고 일반 운항은 24시간 전, 공동 운항은 48시간 전에 주문 가능합니다. 이코노미석에서도 다양한 특별 기내식이 준비되어 있고 모두 무료입니다. 사이트를 확인해주세요. ▷https://bit.ly/2Iki7PK (핀에어와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서울에서 헬싱키로 가는 9시간 동안 두 번의 특별 기내식을 받았다. 동방항공에서는 특별 기내식을 신청하면 서빙을 하기 전에 가져다주는데 이번에는 내 차례가 되었을 때 특별 기내식을 꺼내 주었다. 총 두 번 중 한 번은 가벼운 간식을 준다고 적혀있었는데 받아보니 간식과 식사 사이의 양이었다. (오른쪽 기내식)
저칼로리식은 일반식과 다르게 통밀빵과 버터가 아닌 스프레드가 제공되었다. 메인식 역시 달랐는데 구성이 감자, 당근, 아스파라거스, 파프리카와 단백질이 요리되어 있었다. 처음 식사에서는 감자의 양이 많았고 채소 아래에 닭가슴살이 깔려있었다. 두 번째 식사에서는 흰 살 생선이 구워져 있었는데 둘 다 식감이 부드러웠다.
옆 자리에 앉으신 분과 우연히 대화를 시작했고 생각보다 이야기가 잘 통해서 비행을 하는 동안 무척 편하였다. 기내식이 나올 때마다 서로의 다른 기내식에 관심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눴다. 일반식으로는 소고기 덮밥과 김치가 나왔고 저칼로리식에는 없는 디저트도 있었다. 핀에어 기내식은 일반식, 특별식 구분 없이 모두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저칼로리식에 나온 스프레드는 매우 담백한 버터였다. 처음 보는 이름이었는데 다시 먹고 싶을 만큼 부드럽고 고소했다.
한창 와인에 빠져 있던 찰나에 두 번 모두 식사에 생선이 포함되어 있어서 와인을 곁들였다. 화이트 와인이 생선과 잘 맞는다고 가정 시간에 배웠는데 그래도 나는 레드 와인이 좋다.
영화 세편
더 페이버릿
개봉관이 많지 않아서 아쉽게도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는데 핀에어 영화에 담겨있는 걸 보고 바로 재생했다. 그런데 한국어 자막이 없었다. 이런. 나름 집중하며 보려고 했지만 1시간 정도 보고 다음을 기약했다. 시대극에서 사용하는 영어를 듣고 읽는 건 나에게 아직 역부족이다.
보헤미안 랩소디
한창 보헤미안 랩소디 바람이 불었을 때는 영화관에 갈 시간이 없었다. 퀸의 오랜 팬이기도 해서 꼭 보고 싶었는데 핀에어에서 드디어 보게 되었다. 퀸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마지막 콘서트 공연 장면을 정말 신나게 보았다.
덤플링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데 사실 광고를 계속해서 해주었지만 관심이 가지 않았었다. 책을 읽다가 착륙 2시간 전쯤에 보기 시작해서 많이 보지는 못했다.
헬싱키 공항에서 경유
핀란드에 도착했지만 공항이기 때문에 핀란드 사람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많아서 놀랐다. 우울하게 비행을 시작했는데 핀란드 공항에 도착해서 조금씩 기분이 좋아졌다.
핀란드는 물가가 무척이나 비쌀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만 있었는데 1유로짜리 빵을 발견해서 신기했다. 아직도 유로가 익숙하지 않아서 1유로를 1달러로 계산하고 있다. 오른쪽에 파이퍼같이 생긴 저건 뭘까 하고 궁금했는데 검색해보니 감초 젤리라고 한다. 북유럽에서는 상당히 잘 먹는 간식이라고.
헬싱키 공항에서 베를린 공항까지 2시간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인천 공항에서 쌀국수로 아침을 먹고 한참 동안 먹고 싶었던 소복 아이스크림까지 먹은 후 출발하여 13시간의 비행을 마쳤다. 핀란드와 독일이 시차가 있는 줄도 모르고 비행기가 1시간이나 연착될 줄 알았다. 베를린에 도착하니 아직도 하늘이 밝았다. 긴 하루 동안 밝은 베를린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