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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Apr 27. 2019

4. 지옥 같은 베를린 집 구하기

어디든 내가 뉠 곳이 있다면 그곳이 내가 있을 곳이지!

누가 베를린 집 값 저렴하데! 

베를린으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렌트비와 물가가 저렴하다는 사항이 있었다. 다들 베를린은 집 값이 저렴하다는데!라는 말을 했고 나도 그런 줄로만 알았다. 물론 뉴욕이나 런던의 집 값과 비교하면 그래, 저렴하다. 그런데 서울과 비교하면 보증금이 적을 뿐이지 월세는 비슷하다. 외국인으로서 보증금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으니 불안감을 조금 더 안고 있어야 한달까? 친구 중 한 명은 만약 베를린에 산다면 월세를 30만 원 정도 생각한다고 했는데 그건 베를린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서 공용 욕실과 주방을 가진 어느 작은 방이 될 거다. 그거마저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집과의 전쟁을 한창 치르고 있는 중이라 다른 글은 다 제쳐두고 지옥 같은 베를린 집 구하기 일지를 적어 토로해놓는다. 조만간 허허허 이렇게 힘들었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 집이 있어서 편하네. 허허허 이렇게 힘 빼고 웃을 날을 생각해서.


꿈이 컸던 2개월 전 서울에서 

요가 스튜디오, 비건 식당과 공원 그리고 어학원까지 한데 모여있는 곳을 원했다니! 그래, 꿈은 크게 가지는 거다!


집은 어떻게 구해요?

베를린으로 가기 전 나는 우울하기도 했고 이것저것 모든 게 걱정되었다. 여행할 적 좋지 않은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 아무런 연고지도 없는 회색 도시 같은 베를린에 가려니 걱정은 곱절이 되었다.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두 달 전부터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구해질 리 만무했고 오히려 두 달 먼저 걱정한 꼴이 되었다. 결국 가기 사흘 전 베를린리포트라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가까스로 단기로 지낼 방을 구했다. 단기로 지내는 방을 독일어로는 쯔비센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거주지 등록이 되지 않기 때문에 계좌를 만들 수 없고 법적인 일도 당연히 구할 수 없다. 그래서 다들 단기로만 사용하는 거주 형태지만 장기 거주할 방을 구하지 못해 쯔비센으로 10달 이상 전전하며 지냈다는 경험담도 들었다. 나는 쯔비센으로 5월까지 머물 방을 구했는데 잦은 문제로 결국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한 채 오늘 나오게 되었다. 물론 일이 확실히 해결되면 돌려준다고 했는데 어떠한 계약서도 없이 신뢰만 가지고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내 속은 타들어간다. 방에서 나와 나는 당장 갈 곳이 없어 길바닥에 나앉을 상황이었다. 호스텔을 구하면 되지만 캐리어 두 개에 배낭까지 짊어지고 노트북과 카메라가 있는 상황에서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호스텔 침대를 쓰는 게 불안했다. 다행히도 방을 나가기 몇 시간 전에 연락을 받고 머무를 곳을 구했다. 그게 불과 몇 시간 전이었고 지금은 안전히 방에 내 몸을 놓이고 이렇게 감사히 글을 적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난 3주 동안 어떻게 집을 구하고 있었는지 그 전쟁 같은 상황을 떠올리며 설명을 해보려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자

처음에는 위치가 제일 중요했다. 그래서 시내 위주로 찾았는데 시내는 가격이 너무나도 비쌌다. 위치보다는 일단 안전하게 내 몸을 뉘일 방에 들어가는 게 중요해져서 일단 위치는 공고를 보면서 적당히 타협하며 선택하는 중이다. 집을 구할 때는 각자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개인차가 존재함으로 우선순위를 확실히 정해놓으면 선택과 집중을 하기 훨씬 편하다. 메시지를 현재 150개 넘게 보냈는데 답장은 36개 오고 인터뷰는 12개를 보았으니 최대한 타깃에 맞게 많이 보낼수록 좋다. 

나의 우선순위

① 집의 상태

② 함께 사는 사람

③ 렌트비

이렇게 세 가지를 고려하며 고르는 중이다. 이렇게 우선순위를 두고 여러 사이트를 매일같이 모니터링하며 적합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일단 메시지를 보낸다. 나는 처음에는 짧게 적어서 대화를 할 생각으로 보냈는데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 느긋하게 생각할게 아니었다. 주인이나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사람들은 공고를 올리면 메시지를 엄청나게 받게 된다. 많은 메시지 속에서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한 번에 눈길을 끌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점점 길어지더니 이제 이력서처럼 나를 돋보이게 정성스럽게 조금씩 수정하여 보내고 있다. 이렇게 점차 답장이 오는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답장을 받으면 한번 집을 보러 오라고 한다. 약속을 잡아서 인터뷰를 보러 가면 그 방을 원하는 다른 경쟁자들도 마주칠 수 있는데 나는 한번 갈 때마다 최소 5명의 경쟁자들을 마주쳤고 최대 10명과 마주한 적도 있다. 그때 살짝 뻘쭘하고도 서로를 의식하는 분위기가 감돌면서 너도 이 방 보러 왔어?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다 집을 보고 나오는 길에 우리끼리 방을 구해서 함께 살자는 말도 하곤 하는데 이 말을 믿고 방을 포기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러니 신중해야 한다.


어떤 집에서 살까

주거 형태의 종류

① Haus (주택)  

② Wohnung (아파트 또는 빌라)

③ 1 Zimmer Wohung (원룸)

④ WG Zimmer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과 개인 방)

1번과 2번은 대체로 가족들이 구하는 거주 형태이다. 아니면 부자거나! 거의 원룸이나 WG에 거주하는데 원룸도 지역에 따라서는 가격이 워낙 비싸니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은 거의 WG를 구한다. 게다가 베를린은 예술가가 많이 모여들며 힙한 곳으로 유명해져서 점차 방 값이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WG는 방을 함께 쓰는 룸메이트가 있는 한국의 셰어하우스와는 다르게 주방이나 거실은 함께 쓰고 방은 혼자 사용할 수 있어서 어느 정도 개인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강남역 근처에 셰어하우스를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오래된 아파트에 방이 3개였고 1인실, 2인실, 3인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방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얼마 정도 할까

WG를 구한다고 결정하고 처음에는 400유로(약 52만 원) 정도 예산을 잡고 구했다. 턱도 없는 금액이었다. 지금은 550유로(약 71만 원) 정도면 나쁘지 않은 금액이라는 결론이다. 조금 시외로 나가면 450유로(약 58만 원)에 구할 수 있고 시내로 간다면 600유로(약 77만 원) 정도는 줘야 한다. 물론 시내에서도 어느 지역인지, 몇 명이 사는지, 방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경험을 들어 이야기하면 18명의 경쟁자를 뚫고 4명의 룸메이트와 인터뷰를 보고 합격했지만 포기했던 WG가 있다. 총 5명이 함께 사는 반지하 3.5평 방이었는데 화장실은 한 개였다. 시내에서 약 30분 떨어진 곳이었고 450유로(약 58만 원)에 난방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물론 이제 곧 여름이니 난방비는 나오지 않을 테지만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답변도 기다리고 있던 때라 포기했다. 그런데 포기한 걸 지금 후회 중이다. 

합격 전화를 받고 잠시 동안 즐긴 마음의 평온함
매일 들어가서 눈 빠지게 보는 집 구하는 사이트

독일에 도착하고 이틀부터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매일 집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으며 초반보다 더 조급해져서 지금은 거의 하루를 집 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공고를 확인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한 군데 이상의 집을 보러 어디든 가고 있다. 한 번은 하루 동안 세 군데를 방문해야 했는데 이런 식으로 생계를 생각하며 살면 뭐든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불러주면 어디든 간다는 마음은 그다지 좋은 건 아니다. 이상한 사람들도 종종 있으니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게 사람이다.


① 독일 어플, WG-GESUCHT

독일 방 구하는 어플, WG-GESUCHT

WG를 구하는 데 제일 많은 매물이 올라오고 답변도 잘 오는 편이다. 가끔 독일어만 가능한 사람을 찾아서 번역기를 돌려 독일어로 보내기도 한다. 


② 페이스 북 그룹과 페이지 

가입한 페이스북 그룹 

영어로 된 그룹과 한국인만 모인 그룹을 모조리 가입하여 매일 보는데 상당히 치열하다. 겹치는 게시물이 많아 가끔은 같은 사람한테 두 번 보내 민망하기도 하지만 읽지 않아 두 번 보낸 거니 민망해하지 않아도 된다. 좋은 매물은 댓글만 30개 이상씩 달리는데 이때 자신을 잘 표현해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③ 한인 사이트, 베를린리포트

베를린 한인 사이트인데 방구함 페이지에 쯔비센 위주로 자주 올라와서 항상 확인하는 편이다. 


...ing  

이렇게 나의 방 구하는 나날은 계속되고 있다. 방을 구해 안착하면 일지를 정리해서 영상으로 만들어야겠다.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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