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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Mar 09. 2016

무례한 바르셀로나 경찰

우리에게 닥치라고 말한 경찰한테 340유로를 줬다

평화로운 하루의 시작

달콤한 늦잠을 자고 일어나 오늘 하루는 어떻게 재미있게 놀지 D와 이야기를 한다. 아, 이게 천국이구나! 호스텔에서 주는 무료 조식을 먹으며 바닷가를 바라보는 삶이란. 오늘은 자전거를 빌려서 구엘 공원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구경하고 자전거를 반납한 후 저녁에 몬주익 언덕에 올라가 야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했던 여행 중 가장 알찬 하루가 될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고 일단 자전거를 빌리기 위해 렌탈샵을 찾았다. 호스텔 근처에는 이탈리아 사람이 운영하는 렌탈샵이 있어서 갔더니 친절하게 응대해준다. 우리는 7시간 이용할 수 있는 반나절 이용권을 선택해서 10유로와 학생증을 내고 자전거를 받았다. D와 나는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서 기분이 좋아 바람을 실컷 즐기며 신나게 달렸다.

Les Quinze nits에서 점심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광장에서 친구에게 추천받은 식당을 찾았다. 우리의 첫 번째 장소! 한국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지 한국어 메뉴판까지 갖추고 있다. 좋은 분위기와 맛있는 식사에 저렴하기까지 해서 만족스러운 점심을 보냈다. D는 메뉴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조금밖에 먹지 못하였다.


당황스러운 사건의 시작

우리에게는 거창한 계획이 있지 않은가. 배도 채웠으니 알차게 실천하기 위해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3분 후, 우리가 뜻하지 않은 시작을 한다. 우리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경찰차에 타고 있는 경찰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우리를 불렀다. 스페인어를 이해하지 못해 손짓을 보고 인도에서 타라는 뜻인 줄 알고 우리는 인도로 올라갔다. 그러자 이번엔 우리를 아예 멈춰 세운다. 스페인어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 우리에게 스페인어로 말을 하니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한국어를 할 수는 없으니 못 알아듣는다고 영어로 계속 말한다. 그러자 그쪽에서도 영어로 말한다. 한 단어, 100(One hundred) 유로. 100유로라는 단어를 듣고서야 이 상황이 잘못되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왜 100유로를 내야 하냐고 이해를 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영어를 할 의지조차 없었고 귀찮다는 듯이 100유로만 반복해서 말한다. 우리는 도망가지 않는다, 스페인의 법을 어겼다면 당연히 벌금을 낼 거다라며 이유만 말해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답은 Shut up (닥쳐)였다. 여자 경찰과 남자 경찰은 끝내 자전거를 잡고 있는 우리를 강제로 밀어내고 자전거를 가져갔다. 우리를 밀어내고 자전거를 빼앗는 그들한테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영어나 한국어뿐이라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단지 스페인 경찰이 우리에게 한 행동에 충격이었고 기분이 나빴다. 닥쳐라는 소리까지 들은 우리도 나름의 의견을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는 스페인 경찰이다(Espanol Policia power) 뿐이었다. 아마 겁을 주려고 한 거 같은데 우리는 의도대로 겁을 잔뜩 먹어버렸다. 말도 안 통하는데 우리한테 어떤 일을 해도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자리를 뜨지 않고 계속 말을 걸자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경찰관이 왔다. 진작에 왔더라면. 그는 우리가 빨간 불에 건넜다면서 100유로를 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바로 고개를 돌려 인도에서 달리는 자전거와 빨간 불에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는 사람들, 더불어 아예 무단횡단을 하는 사람들을 본다. 왜 우리한테만. 게다가 경고도 아니고 바로 벌금을 물다니. 억울하다. 닥쳐라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최소한 설명과 예의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천국 같던 바르셀로나가 내 마음속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리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알았다고 대답하며 지금 현금이 없다고 말하니 자전거를 맡기고 나중에 100유로를 내도 된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그들의 태도를 신뢰할 수 없어 몇 번이나 <경찰서에 가서 100유로를 내면 그것으로 끝이냐>고 물어보았고 그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다시 한번 알았다고 대답하며 기분이 상한 채로 자전거 대신 그들이 준 벌금 계산서를 들고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만약 경찰이 신호 위반한 외국인에게 Shut up이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니 스페인에서는 절대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우리의 계획은 그렇게 수포로 돌아갔다. 자전거 대신 대중교통을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애초의 우리의 계획은 '자전거를 타고'가 중요 전제였다. 자전거 없이 그럴 기분도 아니었다. 자전거를 빼앗기고 100유로를 내야 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의외로 시간이 지나자 이미 100유로는 내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면서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스페인에 대해서 몰랐을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른다고 예의 없게 구는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났다. 분노를 표출하며 우리는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니 우연히 가우디의 건축물 중 하나인 카사 밀라 앞을 지나갔다. 건물을 보니 가우디가 왜 유명한지 알겠다. 하지만 그도 스페인 사람 아닌가. 스페인 사람마저 모두 싫어져서 그냥 쳐다보고 지나쳤다.


사건의 마무리

자전거 반납 시간인 오후 6시에 맞춰 우리는 렌탈샵으로 향했다. 우리가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니 다행히 화내는 대신 우리를 위로해준다. 그들은 벌금 계산서를 보더니 그곳으로 우릴 데려다주었다. 도착해서 우리는 각자의 벌금 100유로를 지불하려고 하자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인터넷으로 확인하더니 벌금은 100유로가 아닌 70유로가 추가된 170유로를 내야 한다. 우리가 자전거를 맡겼기 때문에 가져오는 비용이 추가된 거라고 한다. 우리는 분명 자전거를 맡겨도 100유로만 내면 된다고 했다고, 그런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낙담해 있으니 우리를 데려다준 렌탈샵의 이탈리아 남자는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보드를 타다가 300유로를 지불하고 보드까지 빼앗긴 적이 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 경찰은 관광객을 노린다며 조심하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100유로도 충격이었는데 170유로라니 우리는 다시 한번 충격에 빠져 자전거를 찾기 위해 견인되어 있는 주차장에 갔다. 오토바이를 타고 빠르게 달리니 상쾌하게 볼을 때리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더 이상 170유로는 내 것이 아니었다. D도 마찬가지일 거다. 우리는 렌탈샵에 각자 170유로를 지불하고 내일 다시 와서 영수증을 받기로 했다. 더 이상 이것 때문에 여행을 망치기 싫었다. 우리는 고단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카드를 잃어버렸다. 정신은 돌아오지 않았다.  


100유로를 지불하라는 벌금 계산서와 두번 방문한 F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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