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투어 후 혼자 돌아다니다 취해서 돌아가기
프리 워킹 투어
T와 어제 검색하여 예약한 프리 워킹 투어를 가기 위해 Opera 역으로 갔다. 10시 30분이 약속시간이었지만 설명을 마치니 11시가 다 되었다.
관광 여정
1. Calle Arenal 2. Puerta del Sol 3. Plaza Mayor 4. Restaurante mas antiguo del mundo 5. Puerta Cerrada 6. Plaza de la Villa 7. Catedral de la Almudena 8. Palacio Real 9. Plaza Oriente 10. Opera
길치인 나는 돌아올 때 길을 잃고 헤매지 않기 위해 꼭 사진으로 남겨둬야 한다. 미국에만 있는 줄 알았던 이빨 요정은 스페인에도 있었다.
뉴욕처럼 디즈니나 마리오 등 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들이 있다. 마드리드에서 유명한 광장인만큼 사람들로 북적였다.
처음 마드리드는 지하에 물이 가득 고인 가난한 도시였는데 수도가 되면서 개발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개발 후에는 더 이상 냄새가 나지 않는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보다 마드리드가 더 정돈된 도시 같았는데 개발 도시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
믿거나 말거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밖에 떡하니 증명서도 있으니 믿어본다. 여기서 먹어보고 싶긴 하더라. 역시 증명서의 힘이란!
앞에 핀 꽃 냄새가 온통 향기롭게 퍼져있어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5번은 언제 들렸는지 잘 모르겠다. 지나간 길에 만난 아저씨는 사람들에게 엉덩이를 내주었는지 다 벗겨져있었다. 7번으로 가기 전 우리는 유명한 식당에서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화장실도 가고 타파스도 간단히 먹었다. 역시 타파스!
7번은 그다지 흥미롭지가 않았고 8번은 보자마자 탁 트인 공간에 감탄스러웠다. 마드리드에 이렇게 넓은 공간에 커다란 왕궁이 있다니! 하얀 건물이 인도의 타지마할이 떠올랐다. 앞에 펼쳐진 넓은 전경이 마음을 뻐엉 뚫리게 해 주었다. 푸른 하늘 위에 놓인 하얀 구름과 대비되어 청량함을 주면서 웅장함을 극대화해주는 것 같았다. 9번으로 들린 그 옆에 있는 광장 또한 아름다웠다. 나무들이 우거져있고 가운데는 잘 손질된 정원이 있어 벤치에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3시간 동안 마드리드의 역사를 들으며 주요 관광지를 돌고 다시 처음 약속 장소인 Opera로 돌아왔다. 나는 같이 투어를 하며 만난 L과 오후 6시에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약속한 후 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나는 워킹 투어에서 빠르게 지나 온 거리를 혼자 찬찬히 다시 돌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며 마드리드와 사랑에 빠졌다. 나는 바르셀로나도 좋았지만 마드리드가 아직까지는 조금 더 좋다. 마드리드가 너무 사랑스럽다.
내가 마드리드를 사랑하게 된 이유
1. 날씨가 좋았다. 날씨가 안 좋은 날도 분명 많겠지만 사랑은 타이밍이다. 타이밍 좋게 만난 마드리드는 인연이었다!
2. 쇼핑할 맛이 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각종 개성 넘치는 상점과 거기에 가격까지 저렴한 것들이 많다. 물론 꼼꼼히 찾아보아야 하겠지만!
3. 건물이 알록달록하다, 사랑스럽게! 색깔을 사랑하는 나는 마드리드 건물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4. 사람들이 친절하다.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였다.
5. 나무가 많다. 이것은 바르셀로나에서도 느꼈는데 두 곳에 있는 나무들이 키가 크고 우거져 있어서 숲 속에 와있는 듯한 고요한 느낌을 준다. 유럽 전역이 그냥 공원이 많은 건가 싶기도 하다.
6. 프라도 미술관이 있다.
7. 바르셀로나와 비교하여 차분하고 현대적이다. 바르셀로나는 해안 도시이고 마드리드는 육지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분위기가 다르다. 마드리드는 앞서 말했듯이 개발 도시라서 도시 전체가 정돈된 느낌이 든다.
8. 마드리드에서 방문한 식당에서 만족하고도 넘칠만한 서비스를 받았다. 지인들이 먹는 거 준다고 따라가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항상 따라간다. 총총.
9. 츄러스가 바르셀로나보다 맛있다.
10. L를 만났다. 우리는 처음 만나 온갖 이야기를 다 하였다. 마음 통하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래에 사진과 설명을 적어본다.
레알 마드리드로 유명한 마드리드에는 축구 용품을 파는 스포츠 용품점이 있다. 남동생에게 사주지는 못하지만 보여주고 싶어서 사진을 신나게 찍었다.
오른쪽 사진은 저녁을 먹고 방문한 초콜릿 츄러스 전문점인데 워킹 투어에서 추천해주어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24시간 영업하고 사람들도 24시간 방문한다. 나는 오후 11시가 조금 안된 시간에 방문하였는데 비어있는 테이블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사람들한테 인기 있는 곳이다. 먹어보면 인기가 과장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걷다가 다시 둘러본 왕궁과 오리엔테 광장. 하늘이 너무 멋있어서 감탄하니 길을 가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웃었다. 스페인 하면 Zara를 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한국에 입점한 Zara와 비교하여 값도 저렴하고 질은 더 좋다. 그리고 디자인도 훨씬 다양하다.
마드리드는 골목골목이 너무 예쁘고 귀엽다. 가운데 분홍색 건물을 발견하고는 나 혼자 신나서 방방 뛰었다. 유난히 날씨가 좋은 날인 것인지 항상 날이 좋은지는 모르겠으나 하늘은 말도 안 되게 푸르렀고 그와 어울리는 건물들은 하늘색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칠해놓은 것 같이 그림 같았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어느 언덕으로 올라가니 내 취향의 카페들이 끊임없이 이어져있었다.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마드리드에서 스페인어만 할 수 있다면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의 마음은 갈대인가 보다. 살고 싶은 곳이 너무 많다.
오후 6시, L를 만날 시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L를 만날 시간이 다가와서 부랴부랴 Opera역으로 갔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그녀와 투어에서 만난 아주머니께 추천받은 식당을 찾았다. 분명 바로 앞이라고 하였는데 지도에서는 자꾸 다른 곳을 가리켜서 우리는 주위를 20분 동안 맴돌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근처에 사는 사람의 도움으로 우리는 드디어 식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식당의 분위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도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식당을 떠날 때 우리는 입을 모아 이 식당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처음에 메인 요리를 주문한 후 빵과 함께 크림치즈와 호박 수프가 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샴페인을 한 잔씩 따라주었다. 맛은 보장한다!
내가 주문한 립과 L이 주문한 라비올리 파스타가 나왔다. 립은 살짝 질겼지만 맛있게 다 먹었다. 크림소스는 어떻게 해도 맛있으니 크림소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는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투어를 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아서 저녁 약속을 한 걸 살짝 걱정했다. 어색한 저녁을 먹는 일은 매우 고통스러우니까. 그런데 우리는 서로의 사적인 부분까지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그녀와 나는 동갑이었고 태어난 곳과 살아온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맛있는 음식에 기분까지 좋아져 우리는 더욱 말이 많아졌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블루베리 컴포트가 올려진 요거트와 레몬 첼로를 받았다. 우리는 관광객이라 조심스러운 마음에 금액이 추가되는 것이냐고 물어보았고 그들은 걱정 말고 먹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깔끔하게 다 먹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가야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달콤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샷을 주었다. 그리고 술이 담긴 병을 주며 모두 마시라고 하였다. 우리는 왜 또 주는지 의아했지만 나누어 마셨고 각자 샷 3잔을 원샷하여 마셨다. 달콤함에 속아 도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3잔을 내리 원샷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취한 채 계산을 하고 츄러스를 먹으러 나갔다. 우리는 츄러스 가게로 가면서 마드리드랑 사랑에 빠진 것 같다며 취기가 올라 신나게 갔고 서로 만나서 반갑다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도 유럽 여행 중 가장 취해서 신난 순간이었다! 츄러스 가게에 가서는 더욱 취기가 올라왔다. 우리가 깔깔거리며 이것은 핫 초콜릿이 아니고 녹은 초콜릿이라고 말하고 있자 옆자리에 있던 할아버지께서 우리 사진을 찍어주시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L과 함께 한 5시간이 즐거웠고 한시도 웃음이 떠난 적이 없다. 이 모든 순간을 스티커 사진처럼 간직하고 싶다.
낯선 사람들 또는 친구들과 낯선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쩔 때는 정말 내 마음속 깊이 있는 나도 모르는 내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나는 이야기를 나누며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길 원하는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도 차차 알아가고 있다. 물론 쉽지 않고 쉬운 길도 있지만 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힘이 생긴다. 집으로 돌아와 T에게 L과 함께한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내가 행복해서 기분이 좋다고 하였다. 나의 행복을 기뻐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