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 록 Apr 14. 2016

빵, 그 이상의 의미

빵 먹을 때 행복한 빵순이 이야기 

발표의 시작

나에게로 발표 차례가 돌아왔다. 오늘 아침 8시에 발표를 하러 가야 했는데 자정이 되어서야 PPT를 만들기 시작했다. PPT를 만들어본 경험은 딱 한번뿐이어서 자신이 없었다. 다른 분들의 능숙한 발표를 떠올리니 더 부담되었다. 모두들 알찬 내용과 통찰력 있는 스피치로 듣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는데 나는 주제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어제저녁 빵을 먹으며 친구한테 어떤 스피치를 해야 할지 소재도 모르겠다며 말을 꺼냈다. 친구는 빵을 맛있게 먹는 나를 보며 좋아하는 빵으로 하면 되겠네?라고 한마디 했다. 친구의 한마디로 빵에 대한 발표를 하기로 한다.

유럽에서 흔한 식사
유럽과 다르지 않은 서울에서의 일상
빵은 추억을 남긴다

나는 매일 3끼 빵을 먹었던 6주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오자마자 밥보다 빵이 생각날 정도로 빵을 좋아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밥만큼 빵을 좋아하였고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빵집을 찾아다니며 빵을 즐겨 먹었다. 단순히 빵이 맛있고 좋아서 카페와 베이커리를 찾아다니기 시작하였지만 여러 곳을 다니며 먹고 나니 지금은 음식으로서 빵을 넘어 소중한 추억으로 나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나의 소중한 추억을 스피치로 나누고 싶었다. 


내가 빵을 좋아하고 찬양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세 가지로 압축하자면!


첫 번째로 빵의 종류는 무한하고 다양한 매력이 있다. 


즉,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어느 술과도 잘 어울리는 마법의 음식이기도 하다.

빵의 역사는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되었다고 한다. 빵에 관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겠지만 생략하도록 한다. 나는 빵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파리에서 바게트를 들고 가는 파리지엥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체코, 터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 인도, 파키스탄, 이란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빵을 주식으로 먹고 있고 지역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어느 술과도 잘 어울리는 매력을 가진다. 케이크와 타르트 같은 달달한 디저트 종류는 와인과 잘 어울리며 샌드위치같이 따뜻하게 조리한 빵은 위스키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리는 궁합이라는 매우 주관적인 입맛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한 파리지엥 & 빵과 와인 & 빵과 위스키


두 번째는 빵을 나누어 먹으며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이는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빵을 나누며 소중한 추억이 생겼다. 독일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독일인 할머니 집에서 지낸 적이 있다. 이때, 저녁을 다 먹은 후였는데 옆 집 모니카 할머니가 빵을 구웠다며 가져오셨고 이미 저녁을 먹은 후였지만 독일 할머니와 나는 처음 저녁을 먹는 것처럼 다시 모니카의 맛있는 빵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신 할머니는 빵이 얼마나 좋으면 배부른데 다 먹냐며 기뻐하셨다. 할머니네 머무는 동안 내내 나에게 아낌없이 빵과 음식을 주어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따뜻한 빵 나눔을 받으면 나는 다시 그 빵 나눔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임에서 꼭 빵을 가져간다. 

친구들과 빵 시간!

이제 맛있는 빵을 발견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부터 생각난다. 그들에게 빨리 새로운 맛을 알려주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 메시지를 보낸다. 그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나는 빵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움직인다는 점이다. 

새로운 지역을 갈 때나 여행을 갈 때 나는 본능적으로 먼저 빵집을 찾곤 한다. 목적이 없는 듯 있는 듯한 여정에 숨겨진 유일한 목적이자 다른 걸 발견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오늘 나는 이러한 스피치를 마치고 희정 언니와 이대부터 상수까지 빵집 투어를 나섰다. 이대에 위치한 디어브레드를 시작으로 갑작스럽고 신나는 빵투어가 시작되었다.

아오이토리 Aoitori

일본식 빵집으로 야키소바 빵 등 조리빵이 유명하다. 우리는 치즈 깨찰빵을 구매했다. 나는 여느 깨찰빵과 다름을 못 느꼈다.

퍼블리크

디저트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모든 종류의 빵을 먹어보았지만 실망한 적이 없다. 특히 에끌레어를 추천한다. 크림은 느끼하지 않지만 짙은 풍미를 느낄 수 있고 에끌레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기를 머금은 듯한 식감도 입 안에 품을 수 있다.

허밍벨라

쿄 베이커리를 지나 합정에서 홍대 쪽으로 가다가 우연히 들어간 빵집이었는데 이후에도 맛있어서 여러 번 방문했다. 나중에 꼭 쇼콜라 트위스트를 맛보고 싶었다고 적었는데 후에 맛보니 크루아상 결이 촘촘해서 기대 이상이었다. 티라미수, 당근 케이크 등 케이크도 역시 옆 오픈 주방에서 만드는 장면이 모두 보이는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어 맛보니 진한 맛이 차와 잘 어울렸다.

올드 크루아상 팩토리

기대하지 않았는데 갓 나온 따끈한 쇼콜라 크루아상을 먹을 수 있었다. 오늘 하루의 행운은 올팩의 쇼콜라 크루아상이 다 했다! 


언니와 좋은 날에 빵을 나눠 먹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복, 저도 입어보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