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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Sep 21. 2016

 한복, 저도 입어보았습니다.

한복 입고 경복궁 나들이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추석, 설날에는 빠짐없이 한복을 입고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였다. 다른 친척들도 모두 먼지 묻은 상자에서 꺼내어 한복을 '차려' 입곤 하였다. 한복 가게를 하셨던 외할머니 덕에 남대문 시장으로 옷감을 보러 가곤 하며 한복과는 꽤 친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머리가 클수록 친척집 방문이 부담스러워지고 한복 또한 불편해졌다. 그렇게 나의 기억 속에서 한복은 불편하고 번거로운 의복으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뜻밖에도 한복을 다시 입은 이유는 한옥이었다. 


 한옥의 매력에 빠져있던 요즘, 동생과 명절 계획을 세웠다. 나름 명절이니 한국의 멋을 듬뿍 느껴보자는 취지로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며 한복을 입고 북촌과 경복궁을 거닐자는 것이었다. 동생은 자신의 한복을 찾느냐 집안을 들쑤셔야 했고, 한복이 없는 나는 동생이 배우고 있는 한복집에서 한복을 빌렸다. 동생이 빌려온 한복을 보여주자 곱디곱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제야 어린 시절 보았던 옷감, 색감, 촉감이 떠올랐다. 한복을 직접 보고 난 후에야 나의 기억을 온전히 돌려놓을 수 있었다. 한복은 아름다운 의복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복을 입고 나오니 한옥을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붐비었다. 몸에도 낯선 한복을 걸치고 자주 왔던 익숙한 골목을 거닐자니 우리는 부끄러웠다. 우리를 제외하곤 아무도 한복을 입지 않았다.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이 크게 느껴져 부담스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곧, 방금 느꼈던 부끄러움이 무색해졌다. 거기로 나가니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있었다. 낯설었던 한복이 몸에 점점 익숙해지자 마음 또한 동화되었다. 

경복궁에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관광객은 물론 명절을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를 나온 듯하였다. 우리에게 사진을 함께 찍자는 외국인과 사진을 부탁하는 한복을 입은 가족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날의 기억을 한복과 함께 남기고 싶어 하였다. 우리 또한 그랬다. 한복, 경복궁의 멋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사진을 보니 한복은 한옥과 참 잘 어울린다.

이번 추석은 추석 날씨라고 하기엔 더웠다. 한복을 입고 있으니 배로 더웠다. 땀범벅이 되었고 여동생은 땀띠까지 났다. 이러한 불편에도 불구하고 한복은 매력적이었다. 색과 선의 고움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요즘 한복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아마 생활 한복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 그런 것도 같다. 나는 아직은 전통적인 한복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일상복처럼 편하게 한복을 입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이번 한복 나들이는 정말 즐거웠다. 동생이 배우고 있는 한복 명장님께 한번 들러 감사의 말씀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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