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음식 편/ 디저트
지난 글에서 간단한 식사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면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달달한 간식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나는 원래 아이스크림을 좋아해서 유럽 여행 중에는 하루에 두 번 꼭 젤라또를 먹었다. 여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북인도 음식이 맞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도 라씨는 매일 마셨다. 이란에서도 나는 변치 않고 달디 단 간식을 찾았다.
이란에서 샤프란은 자주 사용되는 요리 재료이다. 요리 재료라고 하면 밥이나 고기반찬 같은 걸 떠올릴 수 있지만 아이크림에도 넣는다. 내가 먹어본 샤프란 아이스크림은 얼린 크림이 들어가 있다. 샤프란 아이스크림은 처음 먹었을 때는 도무지 샤프란 맛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몰랐다. 나름 한국에서는 비싼 재료라 맛을 느끼려고 애를 썼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먹다 보니 계속해서 찾게 되는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이다. 특히 처음에는 딱딱하지만 입에서는 부드럽게 녹아드는 하얀색 고체의 정체를 알지 못했는데 그 식감과 맛이 정말 좋아서 친구에게 물었다.
이거 뭐야? What is this?
이거 아이스크림이야. It's iced cream.
나도 알아 아이스크림인 거, 하얀 거 이거 뭐냐고! I know this is ice cream. What is this?
아이스 크림이라고! 얼린 크림! ICED CREAM!
크림을 얼리면 느끼함이 가시고 새로운 식감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험하다.
이란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은 후 매번 달달한 간식과 함께 홍차를 마셨다. 차 문화가 발달되었다는 인도, 영국, 중국에서보다도 이란에서 나는 가장 자주 차를 마셨다. 이때 차와 함께 꼭 새로운 이란의 전통 디저트를 내어주셔서 맛볼 수 있었다. 그중 흥미로운 디저트 중 하나는 Gaz 가즈는 이름의 말랑말랑한 캐러멜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름은 모르나 겹겹이 쌓아 만든 과자였다. 가즈는 처음에 낱개로 포장되어 있어 초코바인 줄 알았는데 까놓고 보니 엿같은 생김새에 놀랐다. 맛은 딱 예상한 대로 매우 달았다. 오른쪽 사진에 있는 디저트는 예상외로 매우 달지는 않았지만 위에 설탕 가루를 뿌려 하나 씩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쏠쏠한 재미에 빠져 넋 놓고 먹다 보니 한 상자를 거덜 내어버렸다. 그 뒤로 내가 달달한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이란 가족들은 나에게 간식을 상자 채로 주었다. 좋은데 싫은 느낌이란 이런 걸까.
내가 이란에서 가장 자주 보았던 일반적인 디저트 상차림이다. 잠시 들린 이웃집에서도 빼놓지 않고 항상 준비해주셨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이란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문화인지는 모르겠다.
처음 중동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란을 생각하면 인도를 떠올렸기 때문에 동시에 실망스러웠던 인도의 빵집이 생각났다. 그러나 이란 빵집을 들린 후로는 오해라는 걸 깨달았다. 이란 빵은 유럽 빵 못지않게 맛있었다. 아침에 먹은 얇은 빵부터 케이크까지 모조리 사랑하게 되었다. 또한 그들의 인심은 정말 후했는데 (아마도 내가 외국인이라 그랬던 것 같다) 테헤란에서 머물 때 자주 들르던 빵 집에서는 내가 고르는 중에 시식해보라며 케이크를 몇 조각씩 주곤 하셨다. 그렇게 시식을 먹다 보면 상자 채로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고도의 마케팅인가. 나는 항상 시식 마케팅에 넘어간다. 달달한 빵과 친절을 잊고 싶지 않아 한 박스를 서울에 가져와 친구와 나누며 그들의 달달함을 추억했다. 어쩜, 또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