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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Mar 13. 2017

마르쉐@혜화 이어가는 씨앗

마르쉐@ 탐방

오늘 혜화에서 열린 마르쉐@ 장터에 서포터즈로 참여하여 9시부터 5시까지 자원봉사활동을 하였다. 무엇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는지 아침 7시부터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추위에 취약해서 겨울을 좋아하지만 싫어할 수밖에 없는 나를 정신이 몽롱하지만 이렇게 후기까지 쓰고 자게 하는지 읽어보면 나도 알고, 당신도 알게 될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일요일 오전에는 한가한 풍경이 당연하게 익숙하다. 그런데 마르쉐@가 열리는 일요일은 다르다. 우리는 일찍부터 분주했다. 판매자인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분들이 속속들이 도착하여 물건을 함께 나르고 준비를 시작했다. 어릴 때도 연예인을 깊이 좋아했던 적이 없는 나는 비로소 연예인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다. 팬으로서 연예인과 함께 일하는 기분이 이런 건가, 그렇다면 나는 성공한 덕후! 

나의 역할_나는 오늘 접수대를 맡게 되었다. 

10시 반까지 판매자 등록과 시장 준비를 마치고 30분간은 마르쉐@타임을 가졌다. 마르쉐@타임이란 출전팀이 서로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시장은 11시에 개장한다. 서포터즈는 이때 엄청난 혜택을 지니게 되는데, 준비를 하고 시장이 시작되는 사이 틈을 공략해 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마르쉐@타임을 놓치지 않고 마을에빵으로 달려가 저번에 품절되어 사지 못한 호밀 초콜릿 케이크와 호밀 밤 머핀을 구입하였다. 배가 불렀으나 활동이 끝나고 시금치 페스토에 찍어먹고 간 나와 예슬이는 진정 마을에빵의 진가를 안다.

자원활동을 하면서 더욱 세세하고 깊숙이 시장을 느낄 수 있었는데 오늘 하루를 통째로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실제로도 맛있는 음식을 끊임없이 선물 받았다. 첫 번째 선물은 폴 아저씨가 화덕 난과 카레였다. 폴 아저씨의 정은 정말이지 화덕보다 뜨거웠다. 이후에도 요리팀과 농부팀에서 배고프게 일하지 말라며 이것저것 챙겨주시고 우리끼리도 틈틈이 시장 구경을 하며 음식을 나누어먹었다. 그랬더니 한시도 입을 쉰 적이 없었다. 돼지감자 뻥튀기라도 씹었지.

판매자들은 자신들이 키우고 만든 물품을 아주 소중하고 정성스럽게 진열하였다. 그 모습이 정말 예뻤다. 

나의 사심이 가득 담긴 마을에빵에 진열도 채 하기 전에 방문하여 빵누리님 팬이라고 외쳤다. 저 빵이 모두 내 빵이었으면 하는 매우 욕심 가득한 마음이 꿈틀 했다. 

고소한 버섯 크림 리조또와 먹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 해' 소리가 나오는 갈릭 밀크 잼.

마을에빵으로 플래이트를 먹는다면 이 곳이 천국. 

시식을 먹고 시간 날 때 사야겠다 싶었으나 40분 만에 품절. 느린 부엌 떡은 왜 빨리 품절되었을까.

매우 많은 상자가 진열되어 있던 준혁이네 채소는 동이 났다.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원재료를 보여주는 알록달록한 마음들.

정말 많은 맛있는 음식 선물을 입으로 받았는데, 행복과 음식으로 배부른 하루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을 기록하자면, 단연 시금치 키쉬를 빼놓을 수 없다. 나에게 키쉬란 기름진 피자와 비슷한 비싼 피자빵 같은 존재였는데 오늘 시금치 키쉬를 먹고는 새로운 키쉬 세계가 열렸다. 버터를 좋아하지 않으셔서 버터를 첨가하지 않고 앉은뱅이 통밀로 담백하고 건강하게 만든 키쉬는 담백하면서도 든든한 식사가 되었다. 그렇게 키쉬를 먹고 다른 서포터즈 분께 추천하여 키쉬 영업을 했고 큰 그릇에 키쉬를 담아 시장을 구경하다가 뜻밖에도 정을 듬뿍 담게 되었다. 딸기잼을 파는 곳에선 딸기를 듬뿍, 농부팀에서는 돼지감자칩을 듬뿍. 큰 그릇은 사랑이 듬뿍 담겨 오손도손 나눌 수 있었다.



우리끼리도 많은 음식을 나누었는데 마을에빵의 된장딥과 통팥조림, 이름을 잘 못 들었는데 치즈 같지만 치즈 같지 않은 나의 취향 저격의 스프레드와 껍질째 가마솥에 4시간 이상 졸였다는 한라봉 잼은 달달한데 쌉싸란 맛이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술이 약한 나를 큰일 날 뻔하게 만든 막걸리. 막걸리는 좋아하지 않는 술 종류인데 요즘에는 맛있는 막걸리를 많이 맛보아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 특히 오늘 마신 석탄주는 충격 그 자체로 진하면서 톡 쏘는 그 맛은 활기찬 마르쉐@ 공기와 어우러져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시금치 페스토는 바질 페스토만 찾던 나에게 새로운 페스토 종류도 있음을 알려주며 빵을 계속해서 찍어먹게 만드는 마법까지 걸어주셨다.

줄이 길게 서있는 판매대도 있었고 그에 비해서는 비교적 소소한 판매대도 있었지만 북적이는 시민들이 증명하듯 모두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장터였던 것 같다.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에 끝나고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몇 가지 의견이 나왔다. 일단 의견은 회의를 거쳐 보완될 것 같다. 다만 모든 의견이 마르쉐@를 진정 생각하고 이를 더욱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한 방향으로 모아지는 것 같아 더욱 뿌듯한 마무리가 될 수 있었다. 

환경을 생각하여 일회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그릇을 대여하고 반납하는 마르쉐@에서 설거지는 필수적이다. 그릇 반납이 끊임없이 들어와 설거지를 계속해서 해주셨던 자원봉사자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추운 날씨에 적어도 입은 열심히 운동하게 만들어주었던 소중한 한입 한입들, 로즈마리 포카치아와 버섯 치즈 파니니. 


'돈과 물건 교환만 있는 시장' 대신 '사람, 관계가 있는 시장'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는 마르쉐@ 덕분에 따뜻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다음 마르쉐@는 서울숲인데, 오셔서 이야기 나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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