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하늘 걷는 해걸음에 살얼음 끼고
바람결에 문득 서리가 성성하던 날,
온천장으로 귤 팔러 나가던 엄마의 다라이처럼
귤은 빨갛다.
양말 두 겹에 덧버선을 신고도
그 위에 비닐봉다리로 또 한 겹 동여매던
엄마의 그 황소 같은 언 발로
귤은 빨갛다.
겨울이면
귤은 빨갛게 언다.
같이 집 가던 옆반 부반장 여석아한테
몇 겹씩 껴입어서 두억시니 같은 채로
"맹일아!" 반갑게 부르던 엄마를 들켜
시뻘게진 얼굴로 휑한 줄달음을 놓던 먼 기억으로
귤은 빨갛다.
신문 쪼가리 쓸리는 온천장 거리에서
"귤 사시소", "귤 사가시소" 목을 놓던
엄마의 파리한 목소리에
열두 살 꼬맹이한테 맺힌 뻘건 눈물로
귤은 빨갛다.
겨울이면 귤은
시큼,
빨간 냄새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