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바람아,
나를 베어다오.
마을 안 밭길 사이로
짓쳐 달겨드는 햇살과 더불어
와락 나를 베어라.
방금 모내기 끝낸 논 위로
가늘게 흐르는 바람아, 너는
기어코 내 마음을 베어 다오.
내 마음의 폐허에
너의 날을 곧추 세우고
시퍼렇게 잘린 생채기 위로
먼 데 아픔이 변산에 깃들게 하라.
모 위로 부는 푸른 바람으로
온 마음 가득 피어오르는
머언 흙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