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 적어 내려간 것들
-2021년 사랑으로 가득 채울 것
-누군가의 롤모델로 살아갈 것
-좋아하는 걸 참는 데에 익숙해진 슬픈 어른.
좋아하는 건 하고야 말겠다.
단, 최소한으로.
달달한 와인 한 병 그 정도
-무모하지도 우유부단하지도 못한 채로 하루가, 한 달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라고
한 인간의 삶을 실격 처리하고(본인 스스로) 죽어가는 인간(꼭 생물학적 죽음만은 아닌), 사회를 써 내려간 작가 본인의 자서전.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을 읽고
-하루키에 빠져, 노르웨이 여행을 상상하거나
언젠가 두 개의 달을 보고 소원 한 번 빌어 보겠다는 싱그러운 상상을 하면서도
다자이 오사무 소설이 더 인생스럽고 심장에 찐하게 들이 받힌다.
-휴무 중 하루는 서점에 가자
-그럴듯한 모습 뒤, 각자의 사연 치열한 일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맘 때쯤 안부를 묻고,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네는 것에 큰 감사를
-앞자리 바뀔 때마다 함께 하는 친구들
-이해심, 책임감
-재채기와 사랑
-서울살이의 모든 로망을 2월 23일 자로 소멸시킴
완성이라고 해야 할까, 종결이라고 해야 할까
완성의 주체가 없고 종결이라면 논리적 전개가 필요하니까
그냥 몽땅 사라져 버린 내 서울살이의 이유인가 보다. 나도 사라지니까~
-2021. 07. 25 AM 1:52
그 어느 시절보다 유치하고 원색적인 감정이 앞선 6개월이었다.
계절을 거슬러 올라갔을 때 추웠던 겨울, 2월의 제주와는 상이한 분위기.
실버마저도 차분해진, 그때는 마주친 적 없는 바퀴벌레가 출몰한 네모난 공간에서
우리는 여전히 즐겁고, 웃고 떠들고, 맥주 한 캔을 기울였다.
그저 오늘의 행복들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의 하늘, 의도치 않게 정수리까지 빠뜨린 곽지의 바다 내음까지도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네.
나는 대부분 우울하지만,
말간 우울함이 쉽사리 행복에 물들어 버리곤 한다.
오늘은 유독 그 색채가 뚜렷하고 명도 높은 행복이었다.
월요일이면 말갛고 투명한 우울로 덮어지겠지만 오늘의 기억으로 얼마간 행복할 거야.
남은 6개월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해봤는데
그냥 네가 여기 스테 이하면 모든 게 완벽하겠다.
아직 갈 곳이 많고 마주치지 못한 별도 많고 눈치 채지 못한 석양의 다른 색깔도 많거든.
마지막으로 항상 고맙고, 서로의 기쁨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보자.
일기도 방명록도 편지도 아닌 한 바닥 분량의 장문을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