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지나 빛으로 나아가다
광야 같은 세상을 걸으며, 그런 질문이 가슴 깊이서 일어났다.
믿음의 불이 희미해지고, 의심의 그림자가 마음을 흔들 때,
크리스천은 시편 기자의 고백을 떠올렸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니,
주께서 나와 함께하심이라.” (시 23:4)
그 말씀은 한 줄기 빛이 되어 그 안의 어둠을 밀어냈다.
그때 저 멀리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바로 신실(Faithful)이었다.
다시 만난 순례의 동행
“신실 형제여,
이렇게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두 사람은 함께 걸었다.
서로의 상처를 고백하고, 서로의 믿음을 격려하며,
‘사망의 골짜기’는 어느새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체험하는 장소가 되었다.
음탕의 유혹과 말씀의 방패
신실은 고백했다.
“나는 길에서 한 여인을 만났소. 이름하여 ‘음탕’(Wanton).
그녀의 유혹은 향기롭고 달콤했지만,
그 순간 말씀 한 절이 나를 지켜주었지요.”
“그 여인의 발은 스올로 내려가며, 그 걸음은 음부로 나아가나니.” (잠 5:5)
유혹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말씀을 마음에 품은 자만이 그 칼날을 피할 수 있다.
회개의 기억
나 역시 음탕의 그림자 아래에서 흔들렸던 자였다.
젊은 시절, 육체의 유혹 앞에서 방황하던 어느 밤—
마치 요셉이 보디발의 아내에게서 도망쳤던 것처럼,
나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 (창 39:9)
그날 이후 나는 회개했다.
음욕을 품은 마음도 죄라는 말씀 앞에 무릎을 꿇고,
다시는 그 길로 가지 않겠노라 결단했다.
그 불길 같은 회개는 내 영혼의 재를 태웠고,
그 자리에 새 생명과 은혜의 향기가 피어났다.
황새와 함께 걷는 또 다른 골짜기
정년을 마치고, 삶의 텅 빈 골짜기로 들어섰을 때
나는 그것이 또 하나의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임을 몰랐다.
예산읍의 작은 방, 조용한 화실,
그리고 매일 찾아가던 황새 마을.
하나님은 내게 황새를 맡기셨다가,
어느 날 그것을 거두셨다.
“주님, 왜 이 일을 허락하셨습니까?”
그분은 침묵하셨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배웠다.
사명조차도 내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은 주님의 것임을.
그 후로 나는 꽃병 앞에 앉아 기도했다.
하루의 끝마다 작은 기도들이 쌓여,
주님께로 향하는 노을이 되었다.
수다쟁이와의 만남
길 위에서 만난 한 사람,
'수다쟁이'.
그는 성경을 줄줄 외우고, 신앙을 말로만 자랑했다.
신실이 물었다.
“하나님의 은혜가 당신의 삶을 실제로 어떻게 바꾸어 놓았습니까?”
그는 대답했다.
“은혜란 죄를 나쁘다고 말하게 하는 것이지요.”
신실은 조용히 말했다.
“은혜는 죄를 싫어하고 떠나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결국 그는 “내 생각과 다르니, 내 갈 길로 가겠소!” 하며 사라졌다.
그는 지식을 가졌으나 지혜를 잃은 사람,
죄를 비난하면서도 죄를 즐기는 사람,
입술로는 하나님을 말하지만 마음엔 그분이 없는 사람이었다.
황새를 팔아넘긴 수다쟁이
나는 그를 통해 내 현실의 또 다른 수다쟁이를 떠올렸다.
황새 복원 사업을 함께하던 후임자였다.
그녀는 내가 일궈 놓은 사역을 자신의 공로로 바꾸었고,
황새의 소유권을 거래하여 명예와 상을 얻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을 통해 배웠다.
하나님은 인간의 명예보다, 진실한 순종을 기뻐하신다.
“하나님의 일은 자랑의 도구가 아니라,
눈물로 섬기는 사명의 자리다.”
유다의 입맞춤
나는 깊은 절망 속에서 유다를 떠올렸다.
그도 결국 하나님의 계획 속에 사용된 도구였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그 유다가, 나와 무관하지 않다.”
나 역시 실망 속에서 주님을 오해했고,
억울함 속에서 원망했던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순례자의 새로운 고백
나는 이제 안다.
삶의 대부분은 내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허락하신 수동의 여정임을.
그렇기에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그 안에서 주님의 뜻을 구하는 것이 믿음의 길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싸우지 않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순례의 길을 걷는 것뿐.
그 걸음조차도 주님이 허락하실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이제 나는 다시 걷는다.
황새가 날던 하늘 아래서,
빛나는 시온성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