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삶의 뒤안길에서
3장 독도의 하루살이
#1
내가 독도에 가본 건 딱 한번 있었습니다.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숙소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야행성인 슴새의 소리를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슴새는 독도의 절벽에 구멍을 파고 사는 새입니다.
어둠 속에서 슴새의 어미는 절벽의 구멍 안으로 연신 먹이를 잡아와
실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새라서 초음파 탐지기를 켜 놓고 소리를 녹음했습니다.
그러나 의외의 일이 발생했습니다.
전혀 초음파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청음으로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새벽에서야 조금 눈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아침을 먹어야 했기에 늦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등대 숙소 바로 아래에 독도 경비대원들의 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울릉도행 배를 타야만 했습니다.
#2
울릉도는 내가 참 많이 방문했던 곳입니다.
독일 유학의 꿈을 꾸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아니 백수로 생활했을 때였을 겁니다.
대학원을 마치고 막연히 외국 유학을 생각하고 울릉도를 찾았습니다.
그때는 해외에 나가는 것이 참 어려웠을 때였습니다.
울릉도에는 차가 없었습니다.
섬 주민들은 육지에 있는 것이 이 섬에는 3개가 없다고 했습니다.
"하나가 바로 자동차요, 두 번째가 뱀이 없고, 세 번째가 도둑이 없는 곳"
그러나 지금 두 개는 아직도 없지만 자동차는 참 많아 보입니다.
울릉도를 찾아 이 말을 하면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라고 합니다.
한 인간의 일생이란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그 시간에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엄청나게 변화해 왔습니다.
그 이전은 이 지구가 느린 속도로 변화를 거듭해 왔다면,
어느 날 갑자기 그 변화는 가속 페달을 밟은 것처럼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이라는 학문의 발달만 보아도 그걸 알 수가 있습니다.
태초에 별을 보고 점을 치는 천문학이 있었다면,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났고 그것이 기계문명의 신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화학과 화공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지구는 환경오염의 상처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의 역사가 4억 6천만 년~
원시 인류가 이 지구에 나타난 건 고작 300만 년.
인간들이 지구에 살았지만 지금과 같이 문명의 시대는 고작 300년도 못됩니다.
인간을 제외한 생물들은 원시 인류의 시대나 문명의 시대나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달라졌다면 그 수가 엄청나게 줄어가고 있다는 것 빼고는요.
#3
사동항으로 가면 흑비둘기 서식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흑비둘기는 후박나무, 덧나무, 보리밥나무, 까마귀쪽나무 열매에 의존하고 살아가는 새입니다.
이런 나무들이 최근에는 희귀해져 흑비둘기마저 희귀해졌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이 새의 이름을 일본흑비둘기(Japanese Wood Pigeon)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일찍기 일본 도쿄에 있는 우에노 동물원에서는 이 새의 복원 작업을 진행시켜 오고 있습니다.
이 새가 곧 멸종할 거라 예측한 것입니다.
우리보다 앞서 자연을 걱정하는 모습은 우리가 조금은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사동 흑비둘기 서식지를 뒤로 하고 해안도로를 타고 천부항에 도착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모두 배를 타고 왔어야 하는 곳인데, 차가 있으니 아주 빨라졌습니다.
천부항 앞에는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추산봉이라고 부르는 곳입니다.
참 아름다운 경관입니다. 여태 다녀본 세계의 경치에도 뒤지지 않는 곳입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하루 시간 변화에 맡겨보려고 거처를 정했습니다.
#4
울등도를 떠나오면서 마냥 미련이 남아있었습니다.
내 생애에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동항에서 배를 타기 전 원 없이 걷고 또 걸었습니다.
발이 불어 틀 정도로 다리가 아팠습니다.
그러나 울릉도의 경치에 비하면 참을 만한 고통이었습니다.
태풍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혹시 배가 뜨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도 많이 했던 날이었습니다.
# 5
산을 우러러봅니다.
봉우리는 황금돌이었습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 재물욕은 결코 아닙니다.
그냥 자연을 감상해보려 노력합니다.
평생 황새와 인간의 조화에 대해 꿈을 꾸어왔습니다.
그곳에 금맥이 보인다면 황새가 머물었던 사람들은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황새가 황금을 선물했다고 하지 않을까 해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