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서 멀어질수록 살이 빠지는 마법
다이어트할 때 가장 많이 오르내리게 되는 것은?
러닝머신?
계단?
스텝박스?
아닙니다.
정답은,
체중계!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많은 수의 사람들이 체중 관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가장 많이 올랐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 바로 체중계입니다. 혹은 가장 먼저 구비하는 것이 체중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전에 용수철로 된 체중계를 쓸 때에는 점점 시간이 갈수록 체중계가 무뎌지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집에서 체중을 잴 때에는 유난히 체중이 적게 나가는 기분 좋은 일이 생기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요즘은 전자 체중계, 더 나아가서 스마트 체중계가 보편화되면서 보다 더 정확히 체중을 잴 수 있게 되었고, 단순히 체중뿐만 아니라 세밀한 체성분 분석까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손목에 차는 작은 팔찌로 나의 현재 지방과 근육의 비율을 알려주는 장치까지 나왔습니다. 스마트폰의 어플에 내가 얼마나 활동을 했는지, 하루 동안 음식을 얼마나 먹었는지 등등의 데이터를 넣고 스마트 체중계나 팔찌와 연동시키면 나의 현 상태에 따른 1대 1 코칭까지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스마트한 기계도 스마트하게 사용해야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다이어트를 위해 체중계에 올라서셨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이겁니다.
당장 내려오십시오.
오잉? 이게 웬 말? 싶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그게 진실입니다. 살을 빼고 싶다면 먼저 체중계의 숫자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먼저 목표 체중을 설정합니다. 그리고 그 목표 숫자와 지금의 숫자를 매일매일 비교하며 마음을 다잡게 되죠. 불행한 사실은, 머지않아서 곧 숫자에 집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57kg였는데 저녁에 재니 58.5kg이네."
"어제는 78kg였는데 오늘 점심때 재니 77kg이야."
"어째서 어제보다 오늘 왜 1kg 더 늘어난 거지?"
라고 하면서요.
그렇게 1kg, 1kg에 연연하게 될수록 스트레스의 양도 늘어만 갑니다. 문제는 그것입니다. 스트레스. 스트레스와 술, 둘 중에 어느 것이 살찌는 데에 더 큰 영향을 미칠까요? 이미 글의 맥락에서 그 답을 예상하셨을 수도 있지만, 정답은 스트레스입니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알코올보다 비만에, 특히 복부지방과 내장지방을 축적시키는 데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고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티졸의 분비가 많아져서 식욕이 늘게 됩니다. 하필이면 단 것 혹은 빵이나 국수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이 특히 먹고 싶어 집니다. 그러면 우리 몸의 혈당이 자연스럽게 올라가게 되는데, 매일매일 체중을 재면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어느덧 인슐린에 대한 몸의 민감성이 떨어지게 되고,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계속 먹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스트레스가 늘면 지방세포가 분해되는 양은 오히려 줄어들어서 이 또한 지방조직이 자꾸 늘어나게 만듭니다. 많은 분들이 살을 빼야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오히려 다이어트를 하기 전보다 식욕조절이 힘들어지거나, 자꾸만 달달한 음식이나 고칼로리 음식을 찾게 되는 것이 상당한 부분은 이 때문입니다. '살을 빼야 해', 혹은 '아직 XXkg이라니, 00kg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잖아'라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살은 자꾸 찌고 있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관심을 숫자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신에 내가 스스로에게 약속한 사항들에 집중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믹스 커피 끊기
집에 갈 때 한 정거장 앞에 내려서 걸어가기
야식 먹지 않기
를 실천 사항으로 정했다면, 매일매일 그 실천 사항을 잘 지켰는지를 체크하는 것입니다. 체중을 체크하는 대신에요. 하루 동안 내가 약속한 바를 잘 지켰다면 달력의 오늘 날짜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거나, 실천한 사항에는 내가 좋아하는 색깔의 펜으로 크게 별표를 그리는 등 스스로를 칭찬하고 성취감을 느끼도록 노력하는 것이죠.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그것이 본의이든, 본의가 아니든 간에) 괜히 숫자에만 절절매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은 절대 거짓말하지 않거든요. 체중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들을 했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로 돌아옵니다. 오히려 너무 솔직한 게 탈이라면 탈일 정도인 것이 당신의 몸이랍니다.
그렇다고 해서 체중을 아예 재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빠졌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빠졌을 때의 기쁨도 무시하지 못하니까요.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체중계가 아까울 수도 있고요. 그러므로 체중계에는 일주일에 딱 한번 혹은 두 번, 정해진 날,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올라갑니다. 체중을 재는,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대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소변을 본 이후입니다. 특히나 생체전기저항을 이용하는 인바디나, 인바디와 비슷한 체성분을 분석해주는 기기들은 수분을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물 같은 액체류를 섭취하고 난 뒤나 땀을 많이 흘린 직후, 여성의 경우 생리기간, 술을 마신 뒤에 재면 오차가 생기기 쉽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인바디 결과만 봤을 때 하루 안에 갑자기 근육이 1~2kg이 확 늘거나 줄어드는 해괴한 일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죠(실제로 그러한 일은 일어날 수 없습니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여러 스마트한 기기들보다 완전 아날로그 방식인 캘리퍼를 이용하는 방식이 지방의 양을 측정할 때 신뢰도가 높습니다. 캘리퍼는 집게처럼 생긴 도구인데, 특히 복부 지방의 두께를 잴 때 많이 사용합니다. 연구를 목적으로 할 때에도 자주 사용되는 도구죠. 측정하는 위치나 방법, 도구를 사용하는 숙련도에 따라서 이 방법 또한 오차가 생길 수 있긴 하지만, 인바디 같은 체성분 측정 기계처럼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혹은 캘리퍼 대신 줄자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체중보다는 사이즈에 포인트를 맞추는 것이죠. 실제로 건강과 더 직결되는 수치는 체중보다는 허리-엉덩이 비율입니다. 미용적인 관점에서 본다고 하더라도 사이즈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체중보다는 사이즈가 겉으로 봐서 표가 더 많이 나니까요. 체중은 들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죠. 물론 사이즈도 일주일에 한두 번만 재야 합니다. 숫자의 출처만 다를 뿐이지, 체중과 마찬가지로 사이즈도 자주 잰다면 스트레스로 작용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