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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Jan 05. 2017

턱이 아픈 그대에게

턱관절 장애를 진료하는 한의사의 턱관절 장애 극복기

  누구에게나 힘든 시절인 고3. 저를 너무 고통스럽게 만든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제 턱이었습니다. 공부를 할 때에도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에도 턱이 점점 뻐근해지고 아파지더니 양치할 때마다 입을 벌리고 닫을 때 어색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두통까지 생겨서 학교 수업시간, 자습시간 할 것 없이 말 그대로 머리를 싸매고 싶을 정도로 머리가 너무 아파와서 점점 집중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려 하는데 갑자기 턱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하루 중 가장 기다리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을 수 없다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상황인가?! 덜컥 겁이 난 저는 바로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조퇴까지 하고서는 어머니와 함께 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지금은 그 정도로 바로 대학병원까지 갔어야 했나 싶지만, 그때의 저로서는 입이 벌어지지 않는 것은 저에게 처음 생긴 일이자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너무 무서웠습니다. 게다가 '입이 다시 안 벌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 '큰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한편으로는 1분 1초가 아까운 고3 시절이었기 때문에 '대학병원'이라면 바로 해결해주겠지 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초조한 마음 반, 잘 될 거야 하고 애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마음 반, 복잡한 심경으로 대학병원 대기실에 앉아있던 그때가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신수림 님"

"느에-(네)"


"어디가 아파서 왔어요?"

"으브 은블으즈요-(입이 안 벌어져요)"

"봅시다.... 흠....."

...

"크게 이상은 없어요. 찜질 좀 해주고 하면 괜찮아질 겁니다."

"느에(네)..."


"선생님께서 크게 문제는 없다고 하시고,

이 종이에 써져있는 것 참고하세요- 수납하고 가시면 됩니다."

"즈금 느므 으픈드요. 으브 은블으즌드그요. (지금 너무 아픈대요. 입이 안 벌어진다고요.)"

"그럼 위생비닐봉지 하나 드릴 테니까, 저기에 정수기 있어요.

 따뜻한 물 받아서 적힌 대로 찜질하세요."


  그리하여 한 손엔 위생팩에 정수기 물을 받아 만든 찜질팩, 다른 한 손엔 '턱관절 장애를 가진 환자를 위한 주의사항'이 적힌 A4용지 한 장을 들고서 병원을 나왔습니다.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헷갈렸던 상황. 그때 들었던 가장 큰 생각은, '난 아직 아픈데...'였습니다.


난 아직 아픈데...


  그 뒤로도 당연히 턱은 계속 아팠습니다. 물론 따뜻한 물로 찜질을 하고, 푹 쉬면 좀 완화되는 듯 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고3 시절이었지요. 수능이 끝날 때 까지는 턱의 통증을 그냥 함께 하는 '친구'(썩 달갑지는 않은 친구)인 양 여겼던 것 같습니다.


턱관절 장애란


  턱관절 장애의 증상은 전체 인구의 33%, 그러니까 거의 세 명 중 한 명이 갖고 있을 정도로 굉장히 흔합니다. 증상을 인식하지 못하던 사람도 절반 정도는 입을 벌리고 닫을 때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거나 입을 벌리고 닫을 때 지그재그로 턱이 움직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비정상으로 혹은 병적인 상태로 간주하진 않지만, 턱 부위에 혹은 턱관절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입을 벌리거나 닫을 때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경우, 입을 벌리고 닫을 때마다 턱관절에서 소리가 난다면 턱관절 장애로 볼 수 있습니다. 간혹 턱관절 장애가 오래되거나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실제 턱관절의 틀어짐이 심하여 입이 다 벌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개구장애라고 합니다) 소리나 통증이 없고, 입을 벌리고 닫을 때 불편함을 특별히 느끼지 않아서 혹은 그런 불편감이 어느 날 사라져서 턱관절 장애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상적인 턱관절은 입을 벌렸을 때 4~4.5cm 정도 자연스럽게 벌어지는데, 대략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을 세워서 입에 넣었을 때 편하게 들어가면 정상적인 개구 범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턱관절 장애가 심한 경우에는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도 있고, 귀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나거나 귀가 아프기도 합니다. 저는 이 증상들 중 턱의 통증, 두통, 개구장애가 있었던 케이스입니다.


왜?


    턱관절 장애가 생기는 이유는 머리나 턱 부위, 목에 골절을 입힐 정도의 외상을 입은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나쁜 습관이나 자세(특히 거북목이나 일자목 같은 경추 부위의 문제),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에 생깁니다. 간혹 치아 교합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쨌든 명백하게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잘 지내다가 서서히 불편감이 생기고, 어느 날 '갑자기' 극심한 증상을 겪게 되죠. 갑자기 숟가락도 안 들어갔던 저처럼요. 저의 경우에는 외상을 입어 뼈에 손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치아 교합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 기었기 때문에 당시에 저를 진찰하였던 대학병원 의사 선생님께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진단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항상 쉬는 시간마다 책상 위에 엎드려 자고, 한쪽으로 기대고 앉아서 억지로 책을 보기 일쑤였던 것을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턱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목이나 어깨, 허리가 아프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랄까요. 뿐만 아니라, 공부할 때 힘내라고 친구들이나 언니, 동생, 부모님으로부터 제가 좋아하는 초콜릿을 끊임없이 받았었으니, 그리고 끊이지 않게 입에 달고 살았으니. 잠 깨려고 마셨던 커피는 또 어떻고요. 제가 고 3, 1년 동안 섭취한 카페인만 해도 양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고3 때 받는 스트레스는 말할 것도 없고요.


카페인의 양면성

 

  대학 생활을 하면서는 자연스럽게 턱관절의 불편감을 잊고 살았습니다. 역시 대학교만 가면 다 해결되는가 싶을 정도였죠. 수업 시간에 턱관절 장애에 관한 것을 배울 때면, '과거의 내 이야기구나'하고 더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본과 4학년, 한의사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 잊고 지냈던 그 친구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만 하다 보니 자세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고, 앉기만 하면 자꾸 쏟아지는 잠을 쫓아내려고 커피도 하루에 2-3잔 마시는 것은 기본이었죠. 그러다 보니 다시 턱과 머리가 아파진 겁니다. 그렇지만 6년 전과는 달리,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대처능력을 아니까요.


어떻게?


  우선, 아무리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요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턱이 아픈데 요가가 웬 말이냐? 턱 요가냐? 얼굴 요가냐?라고 물으실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턱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죠. 당연히 평소 생활할 때, 특히 장시간 앉아 있을 때에는 자세가 틀어지기 쉬운데 그러면 턱 주위의 근육이나 턱관절도 틀어지기가 쉽습니다. 그 상태에서 스트레스로 인해서 근육에 긴장이 생기면 턱에 통증이 쉽게 생기고, 틀어진 상태로 음식을 씹거나 하품을 하는 등 턱관절을 사용하면 소리가 나거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일도 생기게 되죠. 특히 다리를 꼬고 앉은 상태에서 음식을 씹거나 목을 앞으로 쭉 뺀 상태로 턱을 괴는 것은 턱관절을 망치로 두들겨 패는 것과 같은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반대로 요가는 온몸의 근육의 균형을 잡아줘서 마치 평상시에 베베 꼬인 근육과 근막들, 관절들을 한번 다림질하듯 펴는 역할을 해 줬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가를 하면서 하는 명상은 스트레스 완화, 즉 온몸의 긴장을 푸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부하면서 아팠던 곳도 요가를 하고 나면 통증이 사라졌고, 몸이 개운해지는 것은 덤으로 따라왔습니다. 요가가 아니더라도 필라테스나 발레 같은 운동도 비슷한 효과를 줄 수가 있고, 운동할 시간이 없을 때에는 스트레칭이라도 하면 온 몸을 다림질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전 지금도 한 번씩 턱이 아프거나 머리가 아플 때, 혹은 다른 부위가 아플 때 스트레칭이나 필라테스를 한답니다. 턱 스트레칭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턱관절 교정 운동이나 스트레칭도 도움이 됩니다만은, 머리 아래 온몸을 스트레칭하면 턱관절 장애를 완화하는 데에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요가나 필라테스, 스트레칭은 턱관절 장애를 가지신 분께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아플 때에는 커피나 초콜릿같이 카페인이 든 음식물들의 섭취를 줄였습니다. 카페인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잠을 쫓아내 주고 정신이 또렷해지게 만드는, 시험기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러한 작용 때문에 근육의 긴장도 또한 높여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근육의 긴장톤이 높아지면 이를 악 무는 습관이 생겨서 턱관절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턱관절 장애가 있는 분께는, 특히 통증을 동반한 장애라면 카페인은 독약과 같습니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죠. 대신에 찬물로 세수하기, 추운 야외에 나가서 찬바람 쐬며 소리지르기(?) 등등으로 잠을 깨고,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들 방법을 고안해내야 했습니다.


초콜릿에도 카페인이 들어있답니다

 

  딱딱하고 질긴 음식, 예를 들어 오징어나 땅콩, 아몬드, 쥐포 같은 음식도 턱관절 장애가 있을 때에는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턱관절 장애가 없는 분이라 하더라도, 너무 딱딱한 것을 많이 씹으면 턱이나 옆머리가 아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무거운 아령을 계속 들었다 놨다 하면 팔이 아픈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턱 주변 근육, 특히 저작근과 저작을 돕는 근육들이 계속 많은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턱관절 장애가 있으신 분들은 특정 한쪽을 더 저작하기 편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데(정상인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은), 그쪽으로만 질긴 음식을 계속 씹으면 당연히 턱관절도 더 틀어질 수밖에 없죠. 특히나 마른오징어를 좋아하는 저는, 아직도 한번 먹을 때 적당한 양을 정해놓고 먹는답니다.


오늘은 이만큼만

 

  마지막으로, 막상 아플 때엔, 직접 침을 놨습니다. 침만큼 효과가 빠른 것도 없거든요. 그렇지만 모든 분들이 저처럼 직접 침을 놓으실 순 없으실 테니(한의원에 가시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으실 분들을 위하여), 지압하면 좋을 혈자리나 근육 포인트들을 알려드릴게요.  통증이 없더라도 턱관절 장애가 있으신 분, 혹은 턱이 틀어져 있으신 분(안면 비대칭, 얼굴 비대칭)들께도 도움이 되는 지압 포인트들입니다.



목 뒤에 가장 튀어나온 뼈 주위(대추혈 부위)부터 시작합니다. 양 손을 목 뒤로 넘겨 중지로 대추혈 주위를 마사지하고, 그 상태에서 바깥쪽으로 한 근육을 넘어서 동그라미를 따라서 2, 3, 4, 5지로 천천히 지압하며 머리뼈 바로 아래까지 올라갑니다.


  

뒤통수 바로 아래의 가운데가 풍부혈입니다. 양 손의 중지로 풍부혈 부위를 마사지한 후, 그대로 중지로 바깥쪽으로 동그라미를 따라 지압합니다. 그러고 나서 우측 손으로 좌측 견정혈 부위를, 좌측 손으로 우측 견정혈 부위를, 어깨가 결릴 때 자주 주무르는 것처럼 꾹꾹 주물러줍니다.
이제 앞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저 사진처럼 고개를 돌렸을 때 귀 뒤에서부터 쇄골까지 이어지는 근육이 흉쇄유돌근입니다. 저 근육의 가운데에 있는 혈자리가 인영혈이지만, 혈자리와 관계없이 오른손으로 좌측 흉쇄유돌근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그리고 아래에서부터 위로 엄지, 검지, 중지를 이용해서 꾹꾹 주물러 줍니다. 그러다가 특별히 아픈 곳이 있으면 그곳은 여러 번 더 주물러 줍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해주세요. 아픈 쪽은 두 번 더, 세 번 더 해주세요.
이제 위로 올라갈게요. 그림의 빨간 근육이 측두근입니다. 편두통이 있을 때 아픈 자리이기도 하죠. 양 손으로 주먹을 쥐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세 개의 가로 선이 있다고 생각하시고 꾹꾹 눌러주세요. 아래에서부터 위로 또 꾹꾹 눌러주세요.
그리고 나선 그 주먹으로 옆광대 바로 아래 동그라미 부분을 꾹꾹 지압해줍니다. 이 부분은 측두근과 말 그대로 깨무는 근육인 교근이 겹쳐서 있는 곳이므로, 특히 두통이나 턱관절 통증이 있을 때 지압해주면 통증을 경감시키는데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여기 별표 지점은 사각턱 보톡스를 맞는 부분이기도 한 교근입니다. 여기도 주먹으로 꾹꾹 눌러주세요. 턱관절 장애가 있을 때 가장 뻐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턱을 치켜들어서 양 손 엄지 손가락으로 턱 중앙 바로 아래 동그라미 부분부터 별표 부분까지 턱선을 따라서 꾹꾹 눌러주세요. 꼭 턱을 들고 하시는 게 좋고, 눌렀을 때 딱딱하게 뭉치고 아픈 곳이 있으면 그 부분은 집중적으로 눌러주시는 게 좋습니다.


  턱관절 장애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굉장히 흔한 장애이자 증상입니다. 인구의 70%가 하나 이상의 턱관절 및 근육성 장애의 증상을 가졌다고 할 정도로, 어느 날 나에게 찾아오는 증상일 수도 있는 것이죠. 또한 전체 인구의 약 10% 정도 그러니까 1/10은 턱관절 장애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턱관절 장애가 생기면 그로 인한 불편감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지는 부분도 있지만, 이차적으로 얼굴의 비대칭을 가져와 미용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당연하지만, 심하지 않은 증상들은 스스로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하여 턱관절 장애가 생기더라도 잘 관리하셔서 감기처럼 지나가길 바라고, 이미 턱관절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도 회복에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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